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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말놀이 동시집 4' 벌떼가 오면 난, 벌벌 떨려…벌에게 벌을 받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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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말놀이 동시집 4' 벌떼가 오면 난, 벌벌 떨려…벌에게 벌을 받는 것 같아

입력
2009.01.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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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글ㆍ윤정주 그림/비룡소 발행ㆍ148쪽ㆍ1만500원

"지금 장난해?" 하고 물으면 "응 지금 장난해. 말(言)로"라며, 씨익 웃으면서 응대할 것 같은 최승호(55)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네번째 권이 선보였다. 앞선 세 권의 동시집에서 각각 자음, 동물, 모음을 소재로 우리 말의 '말맛'을 살린 동시의 향연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에는 '비유'를 꺼내들었다. 수록된 71편의 동시들은 '맹/ 맹꽁/ 꽁맹/ 맹꽁이들이 코맹맹이처럼/ 울고 있네'('맹물')나 '고래들이 꼬리를 들어/ 바다를 친다/ 탕 탕 탕/ 바다가 커다란 북이다'('북')처럼 직유와 은유, 추상과 구상의 세계를 넘나든다.

최씨는 사물과 문자형태 사이의 동형(同形)을 유추한 상상놀이나,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언어 유희의 진수를 보여준다. 가령 사슴 '뿔' 모양의 '뿔' 자(字) 한 자만 그려놓은 채 시침을 뚝 떼고 '뿔'이라는 제목을 단 동시, 이메일 주소에 쓰이는 @모양 몸통을 가진 달팽이 네 마리를 그려놓고 '이메일을 보내러 가는 달팽이들'이라는 제목을 단 동시들은 동형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환기하는 작품들.

반면 '벌때가 오면 난/ 벌벌 떨려/ -네가 우리 꿀 훔쳐 먹었지?/ 벌 눈은 무서워/ 주사바늘 같은 벌침은 더 무서워'('벌')나 '징징대지 마/ 너 자꾸 애처럼 징징대면/ 나 정말 징 친다/ 징/ 징/ 징/징'('징') 같은 동시는 동음이의어의 묘미를 맛보도록 한다. "한국의 동시라는 것이 지금까지 뜻 중심, 의미 중심의 동시였다. 의미도 중요하지만 언어 자체의 문자형태도, 소리도 중요하다. 우리말 언어교육을 하는 데 시보다 더 좋은 장르는 없다"는 최씨의 지론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2005년 첫 권이 나온 뒤 10만부 이상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러 동시집'의 명성을 얻고 있는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5권은 올해 하반기 나올 예정이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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