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전날부터 진행된 여야 간 담판이 30일 저녁 최종 결렬됨에 따라 향후 정치권은 파행과 극한 대립 외엔 다른 길이 없어 보인다. 몇 가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상정해볼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기류 자체가 달라지는 그림을 상상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일단 김형오 국회의장이 당초 계획대로 31일 본회의를 열어 여야 간에 별다른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들을 직권상정해 처리하는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85개 법안의 범위 내에서이긴 하지만 김 의장으로서는 가장 부담이 적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강력 반발할 게 분명하다. 김 의장의 중재안은 1월 7,8일 본회의에서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해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31일 본회의에서의 법안 처리를 'MB악법' 강행 처리의 전단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장외투쟁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민사회단체와의 공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국회 안에서 1월 7,8일 본회의 개최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여야간 극한 대립이 불가피하다.
김 의장이 31일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85개 중점 처리법안을 직권상정해 처리하는 방안도 예상할 수 있다. 여야 대치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한 만큼 '민생법안 처리 후 쟁점법안 처리'라는 2단계 조치가 냉각기를 갖는 효과보다는 더 격렬한 충돌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경우 민주당은 국회 내 반발에 머물지 않고 정권퇴진 운동을 경고해온 시민사회단체와 적극 연대하는 장외투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국회는 당분간 기능을 완전히 상실할 수밖에 없고, 정국 전체가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김 의장이 여야 간 협상결렬을 이유로 내세워 아예 31일 본회의를 열지 않는 방안도 가정해볼 수 있다. 김 의장으로서는 친정인 한나라당의 비판이 부담일 수 있지만, 여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냉각기를 갖기 위해서라는 명분은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여야간 극한 대립이 완화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쟁점법안의 합의처리 여부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던 만큼 오히려 지금까지의 대립이 해를 넘겨 반복될 개연성이 훨씬 크다.
물론 김 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했음에도 민주당의 점거농성이 지속되면서 여야 간 지리한 대치가 계속되는 경우도 가정해볼 수 있다.
이처럼 여야간 막판 협상이 무위로 끝남에 따라 향후 정국은 어떤 경우에도 원만하게 돌아가기는 어렵게 됐다. 결국 정치권은 최악의 상황 속에서 2009년 새해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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