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저명 학술지 <네이처> 표지논문으로 게재된 국내 의학자의 논문이 일부 조작된 것으로 최종 판명됐다. 연세대는 논문의 책임 저자인 의대 내과학교실 이현철 교수를 징계할 방침이다. 논문은 유사 인슐린으로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2000년 11월 발표 당시 의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연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4월부터 이 교수팀의 논문을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 곳곳에서 조작된 흔적이 발견됐다”고 30일 밝혔다.
위원회는 이 논문의 핵심 내용인 유사 인슐린이 포함된 벡터 유전자가 완전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유사 인슐린을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벡터가 없다면 연구내용은 무의미하다. 벡터가 존재했다면 연구 관행상 수십장의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단 한 장의 사진만 존재한다는 점도 사진 조작을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위원회는 밝혔다. 또한 논문 발표 후 7년 이상 결과를 재현하려는 실험이 있었지만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 과학 논문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재현성’이 결여된 셈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이 교수가 재현 실험이 실패했는데도 논문 철회 등 후속 조치를 수년간 미뤄오다 지난 8월에야 <네이처> 에 철회를 요청한 것은 과학기술부 훈령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과 본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 등을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교내 교원인사위원회에 이번 주 안에 징계 처리를 요청할 방침이다. <네이처> 는 9월 말 이 교수의 논문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사는 2005년 8월까지 이 교수팀의 연구 조교수로 있던 P 박사가 지난 4월 학교측에 논문에 사용된 벡터의 부재, 실험 결과의 재현 불능 등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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