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감원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올 연말에만 약 1,300명에 이르는 은행원들이 희망퇴직제를 통해 직장을 떠났고, 신용카드, 할부금융(캐피탈) 등 제2금융권도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 중이다. 특히 과거에는 주로 정년을 앞둔 직원들이 퇴직을 신청한 반면 올해는 30대 젊은 금융인들도 상당수 퇴직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희망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은행원은 약 1,300명으로 추산됐다. 국민은행이 29일까지 '준 정년퇴직제' 적용 대상을 넓혀 사실상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약 350명이 신청했다.
수출입은행도 이날까지 근속연수 8년 이상 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으며 20~30명이 퇴직 명단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농협중앙회는 330명이 퇴직 신청을 했고 한국씨티은행은 298명, SC제일은행은 지난해보다 80여 명 가량 늘어난 190명이 희망퇴직했다.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마감한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각각 40~50명 가량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제2금융권도 앞다퉈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두산캐피탈은 최근 18개월치 봉급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5%에 달하는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대우캐피탈도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 총 직원의 18%인 150여명이 신청했다. 신용카드 업계 최초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신한카드는 예상을 뛰어 넘는 488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아직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은 금융기관들도 내년 초 구조조정과 긴축 경영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감원 바람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외환위기 당시 1년 만에 은행원의 4분의 1이 넘는 3만4,000명이 직장을 떠난 이후 또다시 감원 한파가 불어닥친 것이다.
외환위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30대 젊은 층도 희망퇴직을 대거 신청했다. 이는 금융기관들이 근속연수가 낮은 직원들도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적용 대상을 종전보다 확대했기 때문이다.
30대 직원들은 이직이 예전에 비해 자유로워진 점을 감안, 적성에 맞는 새 일자리를 구하거나 대학원 등에 진학하는 목적으로 그만 두는 경우가 많으며, 젊은 여직원들은 육아 문제로 떠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원은 "경기가 더 얼어붙으면 퇴직금 외에 많게는 3년치 기본급과 자녀 학자금까지 받는 좋은 조건으로 회사를 떠나기 어려울 것 같아 신청자가 몰린 것 같다"고 전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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