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다. 임시정부의 법통 논란을 불러일으켜 광복회가 건국훈장 반납을 결의하게 만든 정부의 홍보용책자가 딱 그 꼴이다. 문화관광부와 건국60주년기념사업회가 발간한 '건국60년 위대한 국민-새로운 꿈'은 임시정부를 이렇게 정의했다.
'자국의 영토를 확정하고 국민을 확보한 가운데 국제적 승인에 바탕을 둔 독립국가를 대표한 것은 아니며 실효적 지배를 통해 국가를 운영한 적도 없었다…현실공간에서 대한민국을 건국한 공로는 1948년 8월 정부 수립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 스스로 앞장서 임시정부의 존재를 폄하한 셈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로 시작하는 우리 헌법의 정신까지도 무시했다.
이유는 짐작이 간다. 정부가 강조한 대한민국의 건국은 1948년 8월 수립된 이승만 정부부터라는 주장을 보다 합리화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일제 치하에 고난을 무릅쓰고 이국 땅에서나마 나라를 세워 독립 투쟁한 민족의 노력과 자존심까지 버려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편향성을 의심 받기에 충분한 뉴라이트단체인 '교과서포럼' 소속 교수들에게 전체 집필을 맡긴 것도 사려 깊지 못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부랴부랴 광복회를 찾아가 사과하면서 유인촌 장관은 "논란이 된 서술부분은 정부의 뜻과 다르다"고 변명했다. 필자가 여러 명이다 보니 꼼꼼히 살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말이 맞다면 정부의 엉성한 관리시스템도 문제다. 어떻게 정부의 뜻과 다른 내용이 공식배포 홍보책자에 실릴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꼼꼼히 살피지 못한 실수를 문화부는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내년에 제대로 된 책을 내기에 앞서 광복회의 요구대로 이미 배포한 책의 내용을 바로잡는 조치를 취하는 게 옳다.
이런 와중에 국가보훈처는 내년부터 중국 정부의 상하이 도심재개발계획에 대비해 임시정부 청사와 윤봉길의사 기념시설을 보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게 정부의 참 모습인가.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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