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 속에서 각종 사기사건과 희한한 범죄가 끊이지 않은 한해였다. 대검찰청은 30일 전국 검찰이 올 한해 기소한 사건 중에 세태를 반영한 사기 사건과 가장 황당했던 사건들을 선정해 발표했다.
■ 60개 하청업체 도산시킨 금융사기
광주지역 A건설사는 자금사정이 어렵게 되자 거래 중이던 60여개 하청업체를 이용했다. 자사가 발행한 어음에 하청업체들에게 배서하게 한 뒤 하도급대금을 지급한 것처럼 하도급공사계약서 등을 허위로 작성해 첨부한 다음 은행에 제출했다.
이런 식으로 840억원을 불법 대출받았다. 결국 A사는 어음만기일을 지키지 못해 부도가 났고, 배서했던 하청업체 60개도 줄줄이 도산했다.
거래선이 끊길까 노심초사하는 하청업체들의 급박한 마음을 이용해, 금융사기 공범으로 이용한 사건이었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A사 대표 박모씨를 기소해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
■ 로또 사기
로또는 각종 사기사건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B씨는 2006년 내연녀 C씨에게 "10억원 로또에 당첨됐다"고 속인 뒤 올해까지 이를 미끼로 계속 돈을 빼앗았다. 처음에는 "서울 국민은행 본점에 당첨금을 찾으러 갈 경비와 품위유지를 할 비용을 빌려달라"고 신용카드 3장을 받아 8,000만원을 마음대로 썼다.
이후 "당첨금이 외환은행 인수자금으로 들어가 있다"는 황당한 이유로, 다시 신용카드 1장을 더 받아 1,500만원을 썼다. 결국 C씨는 "돈을 갚지 않는다"며 B씨를 고소했는데, 검찰에 와서야 로또 당첨 자체가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울산지검은 B씨를 구속기소했다.
청주지검 영동지청에서는 전회 로또 복권 1등 당첨번호를 적어서 마치 전회 1등에 당첨된 것으로 행세하며 주변에서 13차례에 걸쳐 1,200여 만원을 받아 챙긴 사건이 적발됐다.
■ '이효리 소개팅' 사기
"이효리 닮은 친구를 소개해 줄게. 그런데 그 친구가 학원비를 도둑맞았어. 52만원만 먼저 빌려주면 갚겠대." 인터넷 채팅에서 남성들에게 '키 165cm로 이효리를 닮고, 교원 임용고시에 합격해 연수를 받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소개해 주겠다'고 속여 150차례에 걸쳐 1억원을 가로챈 D(여)씨가 광주지검 순청지청에 구속됐다. 한 남성이 계속 소개팅을 미루는 D씨를 수상히 여겨 신고하는 바람에 적발됐다.
■ 그 외 사건들
제주지검은 5살 난 딸에게 은행 VIP 상담실에 들어가 금고에서 1억 4,000만원의 수표를 훔치도록 한 여성을 기소했으며, 춘천지검 원주지청에서는 이기는 사람이 지는 사람을 죽이는'목숨내기'장기를 벌인 두 명의 무속인들이 기소됐다.
이유없이 '목숨내기' 장기를 벌이던 이들은 한쪽이"한수만 물러달라"는 말에 격분에 상대방 허벅지를 마구 찌르다가 목격자의 신고로 붙잡혔다.
음주단속을 피하기 위해 택시기사에게 승용차 앞에서 택시를 몰면서 음주단속이 있는지 봐주도록 한 사건도 있었다. 음주운전자가 약속한 대가를 주지 않자 택시기사가 경찰에 음주운전 사실을 신고했다가, 택시기사 자신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4월 부산시의회 상임위원장 선거에 후보로 나선 E(62)의원이 자신을 뽑아달라며 동료의원 22명에게 외제 명품가방과 지갑을 택배로 보냈다가 적발됐다. 총 2,000만원 상당이었다.
그런데 검찰 수사과정에서 E의원은 "모조품이라 가격이 얼마 되지 않으니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고, 확인결과 총 130만원 상당의 짝퉁이었다.
영화기획사 직원으로 행세하며 클럽 부킹을 통해 만난 100여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가학ㆍ피학적 변태성욕을 충족시키다 기소된 사건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상궁에게 회초리를 맞는 무수리 역할을 하며"잘못했습니다, 마마님"이라는 대사를 외우면서 각각 50∼74대씩 종아리를 맞고 중간에 포기하면 계약금(20만원)의 3배를 물어야 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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