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꿈이 있어요. (중략)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난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 수 있어요."
대중가요 <거위의 꿈> 에서 거위는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한다. 제아무리 노력을 한다 해도 거위가 하늘을 날 순 없다. 프로배구에서도 불가능에 가까운 꿈이 있다. 동아리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 2부 리그 선수가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가 되는 건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거위의>
그러나 충남대 4학년 이기범(22ㆍ190㎝)이 2부 리그 선수로는 처음으로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2순위로 지명돼 프로선수가 됐다. 꿈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이기범이 보여준 셈이다.
한국전력 KEPCO45 신인 레프트 공격수 이기범은 29일 현재 공격성공률 42.71%로 10위를 달리고 있다. 신인 가운데 공격 10걸에 포함된 건 이기범이 유일하다.
대전 중앙고를 졸업한 이기범은 4년 전 김영일 감독과 상의한 끝에 충남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했다. 교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기범은 학과 수업이 끝나면 종종 배구 훈련도 했다.
하지만 학과 수업이 우선인데다 체육관은 농구부, 핸드볼부와 나눠 사용하기에 훈련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기범은 "운동할 시간과 장소가 열악했지만 나름대로 몸을 관리한 비법이 있다"며 웃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던가. 2부 리그에 좋은 선수가 있다는 소문은 프로에도 퍼졌고, KEPCO45 공정배 감독이 이기범을 드래프트에서 선택했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과 삼성화재 신치용은 감독은 "2부 리그 선수가 드래프트에서 뽑혔다는 사실은 인간 승리나 다름 없다"면서 "한전에서 뽑지 않았다면 내가 뽑았을 거다"고 입을 모았다.
이기범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고교 선배 이경수(LIG손해보험). 그래선지 LIG손보와의 경기는 항상 가슴이 설렌다는 이기범은 "신인왕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기범은 "서브리시브와 수비가 불안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고 체력을 강화해 나만의 배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다는 물음에는 "누구를 닮기보다는 나를 닮고 싶어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불가능이란 없다며 프로배구에 뛰어든 이기범의 도전이 배구팬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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