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묶이고/너는 그에게 묶임으로써/우리는 인간사슬이 되었다/…/지금 절명의 순간, 오늘/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껴안는/ 민주주의 사수(死守)/천명(天命)이다! 天命이다! 天命이다!'
민주당의 국회 본회의장 점거 나흘째인 29일 오전 등단시인이기도 한 김재균 의원이 새벽잠을 설치며 쓴 시 <인간사슬> 을 낭독했다. 몇몇 의원들은 동료의 손을 꼭 잡았고, 일부 의원들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한동안 장내는 숙연했다. 인간사슬>
김형오 국회의장이 이날 자정까지 본회의장 등에 대한 점거 농성을 해제하지 않을 경우 '모든 질서회복 조치'에 나서겠다고 공언하자 민주당도 결사항전 의지를 드러냈다. 의원들은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 개연성을 열어 둔 김 의장의 중재안을 선전포고로 규정한 뒤 김 의장을 향해 "직권상정 철회라는 국민적 요구는 무시한 채 청와대의 꼭두각시 노릇만 하고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민주당은 이날 김 의장의 경호권 발동이 임박했다고 보고 본회의장 사수에 만전을 기했다. 원내대표단은 의원별 지정석이 그려진 배치도와 작전표를 짠 도면까지 배포했고,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진입을 가정한 도상연습도 실시했다.
특히 전투력이 강한 의원 30여명을 배치, 등산용 자일로 서로의 몸을 연결한 '인간사슬'을 만들어 총력 저지에 나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의원 82명으로 넓은 본회의장 전체를 방어하는 것이 힘들다는 점을 감안, 직권상정을 저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의장석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은 또 중앙당 및 원내 당직자, 국회의원 보좌진 등 400여명을 본회의장 근처에 배치해 물리적 충돌에 대비하기로 했다. 서울과 지방 각지의 핵심당원 1,000여명에게도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대기령을 내렸다.
우호적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도 계속했다. 당 유비쿼터스위원회가 주도해 본회의장 내부의 상황과 의원들 인터뷰를 '난중일기'라는 이름으로 다음 아고라에 올렸고, 강기정 백원우 전병헌 의원 등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현장속보를 띄우며 넷심잡기에 주력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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