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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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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예스맨

입력
2009.01.0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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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회사 상담직원인 칼(짐 캐리)은 "노(no)"를 입에 달고 산다. 매사에 부정적이다. 인정머리가 없는 것은 당연. 대출 받으러 온 손님에게 하는 말도 늘 "불가(can't)"다. 친구 부탁을 거절하기 위해 거짓말도 예사다. 말이 씨가 된다고, 그러니 자신도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아내에게 이혼 당하고, 승진에서도 탈락했다. 외톨이로 DVD 빌려 집안에 틀어박혀 밤늦도록 영화나 보는 게 고작이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친구의 강요로 '인생역전 자립프로그램'에 참가해 앞으로는 어떤 경우에도 '예스'라고 말하고, 그 대답을 실천하기로 맹세한다.

▦그 때부터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진다. 마지못해 노숙자를 도와주자 여자가 생기고, 대출해 준 고객들이 성실히 돈을 갚아 승진까지 한다. 매사에 적극적이며, 아무리 황당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 영국 대중문화계의 괴짜 대니 월러스의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 <예스맨> 은 그의 변화와 행복을 '예스'의 힘이라고 말한다. 5년 전 저자가 스물여섯 살 때 겪은 이야기다. "변화는 의식에서 온다. 의식은 현실이 되고, 그 현실을 통제하는 방법은 '예스'뿐"이라고 영화에서 사이비교주 같이 생긴 프로그램 강사는 말한다.

▦지금처럼 불안하고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더 긍정적으로 살아라. 맞는 말이다. 부정으로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 부정은 '꿈'까지도 쫓아 버린다. 긍정의 에너지만이 위기를 극복하게 만든다. 2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 조엘 오스틴 목사의 책 <긍정적의 힘> 도 그 이야기였다. "그래(예스), 이제부터는 잘 될 거야"라고 말할 때 희망을 발견하고, 그 희망을 위해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버락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 역시 비록 갈라지고 무너졌지만, 그래도 자신과 미국에 아직도 미래는 있다는 긍정에서 나왔다.

▦'예스맨'에도 함정은 있다. 비판정신의 실종이다. 부정과 비판은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윗사람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인간은 아첨꾼에 불과하다. 이런 맹목적인 '예스맨'은 세상을 밝고 따뜻하게 만들기보다는 썩고 병들게 만든다. 영화 역시 진정한 예스맨은 진심으로 원하고 옳은 일에만 '예스'라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고위공직자 물갈이 작업이 한창이다. 한마디로 '노맨'을 솎아내고 정부정책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들로 앉힌다는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소신 없는 아부꾼이 아니라, 진정한 '예스맨'이기를.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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