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시험대에 올랐다. 루블화 폭락으로 흔들리는 러시아 경제를 수습해야 할 책무를 맡은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가 29.05로 2004년 12월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며 "8월 이후 하락 폭만도 19%에 달해 러시아 경제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푸틴 총리는 루블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1998년 금융위기 때 급격한 루블화 가치 하락을 용인했다가 예금 대량 인출 사태와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이라는 악몽을 겪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루블화 가치의 하락이 유가 하락 때문이라는 데 있다. AP통신은 "144달러까지 솟았던 유가가 40달러로 떨어지면서 러시아의 재정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가 루블화를 방어하느라 수백억달러를 사용해 올해 중순 5,980억달러에 달하던 외환 보유고가 지금은 4,351억달러로 약 40%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루블화가 환율 전쟁에서 밀린다는 징후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19일 루블화의 환율 변동폭을 1.5% 하향 조정하자 바스켓 외화(기준이 되는 외화의 묶음) 대비 루블화 환율 방어선은 33.98루블까지 밀렸다. 러시아는 2005년부터 달러화와 유로화의 비중이 각각 55%와 45%로 구성된 바스켓 외화를 루블화의 환율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FT는 "푸틴 총리가 러시아 신문과 방송에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나쁜 뉴스가 나오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는데 이것이 그가 쓸 수 있는 카드의 전부"라며 "2000년 권력 장악 이후 처음 겪고 있는 유가 하락이 푸틴 총리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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