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80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60% 이상이 금융위기로 촉발된 실물경기 침체가 앞으로 3~5년 이상 지속되고, 내년의 경우 하반기 'U'자형 경기회복보다는 'L'자형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경영전략 전문컨설팅 업체 AT커니가 국내 8개 업종 80개 기업 CEO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기업의 경기전망'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66%가 실물경기가 내년 하반기에 회복되기보다는 3~5년 이상 지속되는 'L'자형 침체국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침체가 1~2년 내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는 CEO는 30%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지난달 삼성경제연구소와 AT커니가 공동 조사한 경기전망('경기침체 3~5년 지속' 58%)보다 10% 정도 악화한 것이다.
그런데도 내년 본격화할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인 기업은 현대ㆍ기아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체의 5%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95%는 비상경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는 있지만, 어떤 식으로 실행해야 할 지에 대해 전략의 한계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문제는 중소기업이 더 심각했다. 중소기업의 90% 이상이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지원으론 불황 극복에 한계가 있다고 느끼면서도, 자체 생존전략 강구에 목말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들은 특히 내년 경제의 높은 불확실성을 걱정했다. 경기가 어려워도 중ㆍ단기 경제 전망이 가능하다면 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어려움이 없겠지만,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Volatility Index) 지수'가 패닉 상태인 40을 넘어 이달 현재 110까지 상승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장명훈 AT커니 파트너는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어느 하나의 경기 전망에 근거해 경영계획을 세울 경우 큰 위험에 빠지기 쉽다"면서 "'L'자형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시나리오 경영과 위기상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선제적인 위기대응 체계의 구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경영이란 미래 경영환경의 주요 변수들을 정하고 변수의 예측 값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경영기법이다.
장 파트너는 또 "그간 국내 기업들이 미래 변수의 변동폭을 10% 안팎으로 설정했다면, 이젠 50~60%로 확대해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내년부터 위기의 징표가 될 주요 지표들을 주간 단위로 모니터링해 상황 변화에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T커니는 기업의 비상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실행방안으로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변화 주도 및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재편 ▦비용 집행구조의 변화를 통한 비용절감과 매출 증가를 위한 기회 포착 ▦고객 중심적 마케팅의 확대 및 연구ㆍ개발(R&D) 역량 강화 ▦인재에 대한 투자 확대 및 전략적 리스크 관리 등을 꼽았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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