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고달픈 국가원수는 아마도 대만의 마잉주(馬英九ㆍ58) 총통이 아닐까 싶다. 지난 3월 제12대 총통으로 당선된 국민당 출신의 마 총통은 5월20일 취임 이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근무해 왔기 때문이다.
유력지 연합보(聯合報)는 29일 총통부 통계를 인용해 마 총통의 휴가 일수가 '제로'였다고 보도하고 그가 대만 공무원 중 제일 고생할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신문은 마 총통의 '일중독'을 걱정한 행정원 천칭슈(陳清秀) 인사행정국장이 전날 이례적으로 "총통이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휴식이야말로 앞으로 먼 길을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건의했다고 전했다.
대만 현행 공무원 법규에는 정부 총통의 휴가 방식에 관한 규정이 빠져 있어 총통과 부총통은 정례 휴가는 물론 연가도 없다. 마 총통의 연중무휴 강행군 스타일은 부하 직원들이 따라 하기 힘들 정도인데 보통 매주 토ㆍ일요일의 일정이 월~금요일에 비해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토요일인 27일 마 총통은 오전에 행정원 대륙공작 토론회에 참석했고 낮에는 타이중으로 내려가 징궈(經國)호 전투기 출소 20주년 기념식에 들렀다. 오후에는 다시 총통부에서 일본 의원들을 접견했다. 또 그는 경호실 직원들이 A4 용지 두 장에 빼곡히 채울 만큼 많은 비공개 행사 스케줄을 소화해 왔다고 한다.
그가 쉬지 않으면서 비서실이나 주요 부서의 책임자들도 휴가를 떠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잔춘바이(詹春柏) 총통부 비서장은 7일 동안의 연가를 모두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는 집권 국민당 중산회보 회의 출석에 사용했다. 총통부의 고위 참모 중 유일한 휴가자는 왕위치(王郁琦) 대변인으로 이 달 중순 겨우 갔다 왔다고 한다. 국가안전회의의 쑤치(蘇起) 비서장은 "총통이 쉬지 않는데 우리가 쉴 수는 없다"고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총통부 관계자는 마 총통이 "하루도 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1,000일의 특별휴가를 줘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연한 결과로 요즘 TV 등 언론 매체에 비치는 마 총통의 모습에선 피곤이 역력해 보인다.하지만 마 총통은 올 들어 두 차례의 정기검진도 일 때문에 받지 않아 측근들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관계자들은 총통 직이 받는 압력은 선거유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정책의 내용과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천 인사행정국장은 총통과 부총통이 특별휴가를 갈 수 있도록 법규를 개정할 방침을 밝혔으나 규정이 생겨도 마 총통의 실제 사용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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