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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로 돌아본 2008 경제계/〈중〉반토막 펀드·쪼그라든 자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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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로 돌아본 2008 경제계/〈중〉반토막 펀드·쪼그라든 자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입력
2009.01.0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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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펀드는 '화수분'이었다. 국내 주식형은 40.41%, 중국펀드는 60.80%의 평균 수익률을 냈다. 두드리면 그냥 금은보화를 쏟아내는 이런 도깨비 방망이가 세상에 또 있었을까 싶었다.

2008년. 펀드는 돌연 악마의 얼굴이 됐다. 26일 기준 국내 주식형은 -39.39%, 해외 주식형 -48.97%(중국은 -55.19%)로 고꾸라졌다. 차곡차곡 모은 재산을 하루 아침에 증발시켜버리는, 그렇다고 던져버릴 수도 없는 저주의 물건이 돼버렸다. 오죽하면 "편두통보다도 심한 게 펀드통(痛)"이란 말까지 나왔을까.

좋든 싫든,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많은 투자자들은 펀드하면 자연스럽게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떠올린다. 산꼭대기에서 낭떠러지 밑으로 추락한 증시처럼, 박 회장 역시 올해 천당과 지옥을 함께 맛봐야 했다.

확실히 2007년 펀드돌풍의 중심엔 박 회장이 있었다. 그 해 말만 해도 미래에셋의 각종 펀드는 1년 수익률이 60~70%이상이었고, 야심차게 내놓은 인사이트펀드는 보름 만에 4조원을 끌어 모았다. 미래에셋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문외한들조차 생소한 펀드 이름보단 "그냥 미래에셋 주세요" "박현주 펀드 주세요"라고 외칠 정도였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인사이트'(자산배분) '미차솔'(중국) '디스커버리'(국내) 등 미래에셋의 대표펀드 3총사는 반토막 이상 망가졌다. 영예와 치욕이 본디 한 묶음(영욕)인지라, 박 회장에 대한 열광은 자연스레 원성으로 바뀌었다.

따지고 보면 올해의 '반토막 펀드'와 증시의 몰락은 박 회장과 미래에셋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래도 내수와 수출이 받쳐주는 중국밖에 없다"는 '대안 부재론'은 올해 대부분의 자산운용사가 취했던 전략이다. 미래에셋의 손실률이 상대적으로 크긴 하나, 원래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게 세상이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셋이 투자자들의 공적(公敵)이 된 것은 펀드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 그리고 국내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박 회장의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미래에셋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시장'리더'라면, 더구나 펀드열풍을 이끌었던 '대중의 우상'이라면, 투자자들이 손실의 고통에 신음하고 분노할 때 좀 더 위로하고, 스킨십도 넓혔어야 했는데 바로 이 대목에서 미래에셋의 대응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평가다.

펀드라면 신물이 날만도 할 텐데, 여전히 돈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더구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도 4조5,991억원을 끌어들여 65개 국내 자산운용사 중 부동의 1위(24일 기준)를 지켰다. 쪽박을 찼지만 그래도 펀드에 대한 믿음까지 소멸된 것은 아니며, 겉으론 욕을 할지라도 내심으론 '미래에셋과 박 회장'이 수익을 내주길 바라는 투심(投心)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회장은 지난 10월 사내 지점장들에게 "100년에 한번 있을만한 절호의 투자기회"라고 한 바 있다. 이후 증시 흐름이 신통치 않아 때이른 비난도 들린다. 한편에선 11년 전 외환위기 때처럼 그의 예언이 이번에도 적중할지 시장은 주시하고 있다.

어차피 '국내 자본시장과 박현주'는 이제 한 묶음이다. 울분을 안은 투자자들이 다시 한번의 '박현주 신화'를 기다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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