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어기 붙어있는, 반짝반짝한 것이 동전이여. 일출 봄시롱 소원 이뤄달라고 붙인 것이제."
전남 여수시 돌산읍 금오산 언덕배기에 위치한 향일암(向日庵). 이 곳 2개의 관음전 옆에는 새해 첫 날 해돋이를 보며 동전을 붙여 놓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높이 3m 폭 4m 크기의 바위벽이 있다. 이름하여 '소원의 벽'이다.
올해 1월1일 물 밀듯 밀려든 해맞이객들로 동전 붙일 곳이 없었다던 이 벽은 아직도 100여 개의 소원(동전)을 품고 있다. 과연 그 명명(命名)의 염원처럼 해맞이객들이 소원을 이뤘는지는 알 길 없으나, 해에게로 향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렇게 간절했다.
2008년 끝자락이 얼마 남지 않은 29일, 이름처럼 해가 뜨는 정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산사는 새해 첫 날 해를 찾는 이들의 소원성취를 위한 철야기도 준비로 분주했다.
유난히 힘들었던 한 해.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시간을 모아보니 어느덧 1년이다. 절망과 고난이 많았던 한 해였던 만큼 기대와 희망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 또한 크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해돋이ㆍ해넘이 명소에는 새해를 힘차게 맞이하며 소망을 비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해맞이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 준비로 여념이 없다.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새벽이 옵니다."
새해 1월1일 오전 7시31분30초. 전날 전남 신안군 소흑산도에서 모습을 감추는 올해 마지막 해는 울산 울주군 간절곶에서 기축년의 첫 해로 떠오른다.
육지 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일출감상 1번지' 명성을 얻은 이 곳에서는 31일부터 1박2일간 시민 등 10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울산시는 "축제 때 2,009명에게 자동차와 벽걸이 TV 등 푸짐한 선물을 주겠다"며 해맞이객에게 손짓을 보내고 있다.
간절곶보다 해 뜨는 시간이 30초 늦은 경북 포항시 호미곶 해맞이 광장도 이에 뒤질세라 한민족 해맞이 축전(31일~1월1일)을 위한 막바지 단장으로 분주하다. 광장은 한반도 호랑이 꼬리 혹은 과메기 동네라는 이름에 걸맞게 높이 6m 폭 2m의 호랑이 모형 조형물과 8m 높이의 과메기탑, 가로 30m 세로 20m의 대형 엠블렘으로 치장됐다.
시 관계자는 "평균 일출시간으로 따지면 호미곶이 간절곶보다 빠르다"며 "해맞이객들이 희망의 기운을 받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모래시계' 이후 강원도에서 가장 각광 받는 일출 명소인 정동진도 제야인 31일부터 밤을 꼬박 새는 해돋이 축제 준비로 바쁘다. 아담한 역사(驛舍)와 장쾌한 파도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이 곳에선 31일 자정 송년 불꽃놀이와 함께 지름 8m 무게 40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모래시계의 위 아래를 바꾸는 회전식이 이어진다.
남해안 곳곳에서는 섬과 섬 사이로 흐르는 황금물결에 간절한 소망을 띄우는 선상 해맞이 이벤트 준비가 한창이다. 새해 첫 날 아침, 경남 통영과 사천, 거제, 남해, 고성에서는 유람선 60여 척이 해맞이 행사를 위해 올망졸망한 섬들이 흩뿌려진 한려수도로 나선다.
특히 전남 목포에서는 1만7,000톤급 크루즈선 '퀸메리'호가 시민 3,000여 명을 태우고 국제여객선터미널을 출항, 삼호현대조선소 앞까지 왕복하면서 시립교향악단과 난타 공연, 신년 토정비결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내륙지역인 충북에서도 배 위에서 일출을 맞이하는 이색 이벤트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제천지역 시민단체가 청풍면 청풍호에서 시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해맞이 유람선을 띄운다. 이 행사 추진단장 장한성(50)씨는 "금수산 너머로 붉게 솟아오르는 해가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호수에 투영되는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 중의 절경"이라고 자랑했다.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로 올해 첫 해를 '검은 바다'에서 맞아야 했던 서해안 일출 명소들도 아픔을 딛고 손님 맞을 채비로 부산하다. 충남 안면도 꽃지해안공원과 당진 왜목마을, 서천 마량포구 등지는 1년여 만에 청정바다로 다시 태어나게 한 자원봉사자들과 주민들의 그 응축된 힘까지 더해져 '감동의 해맞이' 땅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산등성이 너머로 솟아오르는 붉은 기운과 마주하는 느낌은 바다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 광주 무등산은 이 달 중순 천연기념물 465호인 입석대와 서석대 등 주상절리대가 공개되면서 연일 해맞이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30m 높이의 거대한 돌기둥 위로 붉은 햇살을 토해내며 솟아오르는 무등산 해맞이는 1970년대 유신정권에 맞선 재야인사들이 모여 저항을 다짐한 이후 정치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북 무주에서는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덕유산 향적봉에 올라 새해 소망을 빌고 백련사에서 떡국을 먹는 행사가 열리는 등 전국 주요 명산에서 해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울산=목상균 기자
여수=안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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