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반도체 업계는 감산과 구조조정으로 시끄럽다. 하이닉스도 예외가 아니다.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올들어 3분기까지 1조1,5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한국과 미국의 공장 3개를 폐쇄하고 감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해고된 직원은 없다.
하이닉스는 노사와 합의해 가동을 중단한 청주, 이천 등 200㎜ 웨이퍼 공장의 직원 1,000여명을 300㎜ 웨이퍼 공장으로 전환 배치했다. 현재 이천과 청주의 300㎜ 웨이퍼 공장은 4조 3교대로 가동중이다.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깎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는 진정한 의미의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는 아니지만 고통 분담 차원에서 회사가 재배치를 선택한 것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마침 300㎜ 공장에 인력이 부족해 10~12월에 직원들을 재교육해서 전환배치했다"며 "대신 내년 상반기까지 신규 채용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1,000여명 일자리 공유했다.
하이닉스는 생산직 재배치 외에 올 하반기 반도체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채용이 취소된 신입사원 300명 가운데 상당수를 LG디스플레이에 입사할 수 있도록 채용을 알선하기도 했다. 과거 LG디스플레이도 2006년에 채용이 미뤄진 신입 사원들을 하이닉스에 취업 알선한 적이 있다.
비단 하이닉스 뿐만이 아니다. 여러 기업들이 일자리 나누기와 임금 피크제를 도입해 위기시 감원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감원은 직원들 사기에 영향을 미쳐 생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결국 기업에 독이 된다. 그러나 일자리 나누기와 임금피크제는 임금은 줄지만 고용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노ㆍ사 모두 감내할 만 하다.
일자리 나누기의 대표 사례로는 유한킴벌리가 꼽힌다. 이 업체는 노사 합의에 따라 4개의 근무조가 2교대 방식으로 일하는 일자리 나누기를 실시하고 있다. 직원들은 4일 동안 매일 12시간의 근무를 하고 3일은 쉬며, 하루는 교육을 받는다. 유한킴벌리측은 "4교대가 2, 3교대보다 최고 33%의 신규 채용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근무조 변형도 긴요한 잡세어
대우일렉은 회사에서 공식적인 일자리 나누기 등 고통 분담책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인천 공장 등 사업장 별로 노조에서 직원들을 챙기고 있다. 이 업체는 2000년에 구조조정으로 오래 일한 직원들이 그만둘 때 대신 퇴사 직원의 자녀를 뽑기도 했다.
임금피크제는 국내에서는 신용보증기금이 2003년에 가장 먼저 도입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방법이다. 신보 직원들은 55세가 되면 희망자에 한해 준법 감시, 감사 지원, 연체 관리 등 업무지원직으로 신분이 바뀌며 임금도 업무에 맞춰 이전 급여의 35~75% 수준으로 차등 조정된다.
금호산업은 1992년에 정년 퇴직자들이 다시 입사할 수 있는 촉탁제를 도입했다. 촉탁 사원이 되면 최장 4년까지 더 일할 수 있다. 조재곤 금호산업 고속사업부 경영지원팀장은 "지난해 촉탁제를 통해 정년 이후에도 일하는 직원이 전체 직원의 약 8%인 173명"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이 활용하는 임금피크제
삼립식품은 감원 대신 2005년에 임금 피크제를 도입했다. 삼립식품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는 핵심 인력 유출 방지와 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린나이코리아도 올해 노ㆍ사가 임금피크제에 합의한 뒤 정년을 55세에서 58세로 늘렸다.
여행업체인 하나투어는 근무일수를 줄여 임금을 낮추는 대신 65세까지 정년을 약속하는 일종의 변형된 임금피크제를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5~50세인 직원들은 주간 근무일수와 요일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근무할 수 있다. 우선 박상환 사장이 주 3, 4일만 근무할 예정이다.
줄어든 근무일수만큼 받는 임금은 적지만 65세까지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다. 회사로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 경험많은 경력직을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자결제 시스템 덕분에 재택 근무가 가능한 점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한 몫 했다.
이창민 중소기업연구원 주임연구원은 "일자리 나누기와 임금피크제는 근로자 입장에서 일자리 재창출 기회를, 경영자 입장에서 숙련된 우수 인력을 확보하면서 비용과 사회적 불안감을 감소 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정부에서도 이 같은 방안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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