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28일로 열하루째 대치를 이어갔다. 한나라당은 이날 원내대표단 전원이 출근한 가운데 법안 처리를 위한 작전 수립에 들어갔고,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장 점거농성을 사흘째 계속했다.
여당은 주요 법안의 연내 처리를 외치고 있어서 여야의 물리적 대충돌의 날도 머지 않은 듯했다.
여야의 원내 사령탑은 이날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상대측에 몇 가지 제안을 했다. 하지만 이는 ‘막판 극적 타결’을 위한 제의라기 보다는 양측 충돌을 전제로 한 명분 쌓기 성격이 짙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협의에 응할 경우 사회개혁 법안 13개는 연말에 처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회개혁 법안 13개 가운데엔 그간 야당이 반대해온 쟁점 법안이 많다. 집시법 개정안과 사이버모욕죄 도입 법안, 국정원법 개정안 등이다. “속도조절은 없다”던 며칠 전에 비하면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론 물러선 게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다. 내건 조건들이 장황한데다 반드시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법안들 가운데 버젓이 야당이 극구 반대하는 법안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제의는 야당을 향한 것이라기 보다는 “야당이 너무 하네”라는 여론 형성을 기대한 제스처일 수 있다. 동시에 물리적 충돌이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해 ‘여당 책임론’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는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이날 김형오 국회의장 앞으로 공문을 띄워 85개 법안의 직권상정을 공식 요청하고, 박희태 대표가 당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하면서 강경 모드로 분위기를 잡은 것만 봐도 그렇다. 박 대표는 “이제 우리가 돌파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와 30분 시간 차를 두고 기자간담회를 가진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홍 원내대표가 사회개혁법안의 처리 시한 연장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야당과의 대화를 요청했다’고 기자가 전하자 “내용에 큰 관심이 없으며 (대화는) 계획에 없다. 분명한 것은 MB표 악법 철회가 모든 것의 전제조건이라는 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기세가 오르고 있다. 법안 전쟁 초반 여론전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피해를 보거나 득을 보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강경 투쟁 과정에서 소속 의원들의 단결이란 덤까지 얻었다.
“민주당 의원들로서는 새해를 맞기 직전에 본회의장에서 끌려나오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어할 것”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웬만해서는 물러설 이유가 없다. 민주당이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결의대회는 이를 잘 보여줬다.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와 지역 당원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결의대회에서는 “시체를 밟지 않고는 악법을 통과시킬 수 없다”(송영길), “목숨을 걸고 일당독재 공화국을 막겠다”(박주선) 등의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이명박 정권 물러가라”, “이명박 독재자” 등 과격한 구호도 등장했다. 민주당 의원 50여명은 이날 본회의장 안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절대 후퇴는 없다”며 일전불퇴의 각오를 거듭 다졌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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