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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기자의 캔버스] 한국 두 미술관 '쓸쓸한 세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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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기자의 캔버스] 한국 두 미술관 '쓸쓸한 세밑'

입력
2008.12.29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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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술 전문 월간지 '아트프라이스'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4년 연속 한국 미술계 파워 1위로 꼽혔다.

지난해 말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비자금으로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터진 후 삼성 특검 여파로 홍 전 관장이 리움 관장직에서 물러난 게 벌써 8개월 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1위 수성은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하나 리스트에서 눈에 띄는 것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초라한 위상이다. 지난달 코드 인사 논란 속에 해고된 김윤수 전 관장의 순위는 불과 19위. 가장 가고 싶은 전시공간을 묻는 항목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은 3위에 그쳤다. 그나마 개점휴업 상태인 리움 덕에 작년보다 한 단계 오른 것이다.

2009년은 리움의 개관 5주년이자, 국립현대미술관의 개관 40주년이 되는 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기념 전시 준비 등으로 떠들썩할텐데, 두 곳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울하기만 하다.

홍 전 관장이 물러난 뒤 모든 기획전을 중단하고 학예연구실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한 리움은 내년에도 여전히 소장품을 전시하는 상설전만 열 뿐 기획전이 없다.

삼성이 운영하는 로댕갤러리도 계속 휴관한다. 미술계의 큰손인 삼성의 손길이 끊기면서 국내 고가 미술시장은 크게 위축됐고, 미술계는 소중한 전시공간들을 잃었다.

올해 전시 내용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은 내년 전시 계획을 세워놓고도 대부분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신임 관장 인선이 아직 진행 중이라 최종 사인을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에서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장관을 비롯한 3명의 인사가 최종 후보로 올라 신원조회와 역량평가 과정이 진행 중이다. 신임 관장 취임은 내년 2월에나 가능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관장뿐 아니라 전시 기획을 총괄하는 학예실장 자리 역시 공석이다.

최근 2년 계약이 끝난 최승훈 전 실장의 후임자는 새 관장이 온 뒤에 결정될 모양이다. 온다 해도 이미 계획된 전시들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 또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2008년 한국 미술계는 그렇게 안타까움과 우려 속에 해를 넘기고 있다. 새해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그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그리고 대표적인 사립미술관인 리움도 하루 빨리 공백을 접고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기를 기대해본다.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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