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에 대한 ‘자발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섬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26일 지식경제부 등 3개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부가 업종에 따라 적극 지원하겠지만 앞서 대기업은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런 기회에 오히려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주력업종이 세계 경쟁력을 갖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그간 “기업도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식의 원론적 주문을 많이 했지만, 민간 대기업을 향해 구조조정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미 구조조정이 시작된 건설과 조선 부문을 포함해 대기업 주력 업종에서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특정 분야를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서 생존하려면 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도 반드시 구조조정을 해야 하며, 그래야만 경제 회복기에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계적인 불황 여파로 인해 전업종에 걸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만큼, 민간 대기업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의 최고경영자로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이 대통령으로서는 최근과 같은 불황기에는 스스로 변신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기업의 체질변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는 일단 이 대통령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발언이 청와대의 부연 설명대로 특정 분야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과거 외환위기 이후 현대전자에 LG반도체를 넘기는 것과 같은 ‘빅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속내는 사뭇 다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과거 빅딜과 같은 반강제적인 구조조정은 아니더라도, 현 경기침체와 최근 국내 산업구조를 고려할 때 특정 분야를 염두에 두고 언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선도 대기업들의 사업 영역 중에서는 세계 1위를 향해 달리는 독보적인 분야 이외에 중복 업종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경기 활황이 아닌 상황에서는 조선산업과 같은 세계 1위 업종마저 수주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염두에 두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건설, 자동차, 조선업종 모두가 자발적 구조조정의 예외일 수 없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최근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도 마찬가지다.
제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특정 분야의 구조조정을 언급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그간 보여온 대통령의 경제시각을 고려할 때 국가 전체의 경쟁력에서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대부분 포함되지 않겠느냐”며 “구조조정에 있어 기본적으로 슬림화 작업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제2의 빅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