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무산설’까지 나돌았던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작업이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29일로 예정됐던 한화컨소시엄과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본계약 체결을 1개월 연장해줌에 따라, 한화로선 그만큼 시간을 벌게 됐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시한이 한 달 늦춰진 것 외엔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어, 시한폭탄은 타이머만 돌린 채 여전히 작동중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지금까지 한화는 글로벌 금융환경 악화에 따라 ▦인수대금 분할 납입이나 ▦납입 시한 연장 등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산은은 28일 기자회견에서 본계약 체결시한만 한 달 연장했을 뿐 두 가지 핵심요구사항을 모두 거부했다. 최근 자산관리공사가 역시 공적자금이 투입된 쌍용건설 매각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국제강의 인수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천명한 전례에 비춰 볼 때 한화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특혜 시비 등이 제기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 자금의 일부를 한화 측의 보유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현물로 받을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매각 무산 등 최악의 경우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명분을 쌓았다는 것이다.
산은은 한화 측이 대우조선 노조의 실사 거부 등을 명분 삼아 노조와의 대화나 자구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산은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양해각서의 합의사항을 존중하고 매수인의 실사 개시를 위한 이해 당사자들 간 협의에 최선의 협조를 다하는 등 한화그룹이 인수의지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성 부행장은 “한화가 우리의 요구대로 조금조달 노력 등을 충실하게 이행하면 내년 1월 말 이전에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내년 1월 말 이전이라도 매도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화 입장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이 박탈되지는 않았고 1개월의 시간도 벌긴 했지만 인수대금 납입과 관련한 요구가 모두 수용되지 않은 만큼, 결코 만족스러울 리 없다. 이날 산은의 조치에 대해 표면상으론 “환영한다”면서도 “당사자간 추가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힘으로써, 2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미련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한화 입장에선 현재 금융위기 상황이 한 달 동안 어떻게 변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체 자금조달이 여전히 어려울 가능성이 큰 데다, 산은이 한화의 자산을 비싸게 사 줄 것이라 기대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분할 납부나 납부시한 연장만이 현실적인 최선의 대안인 셈이다. “글로벌 위기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만큼 매각성사를 위해선 우리 뿐 아니라 채권단도 좀 고통과 손실을 분담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한화측 내부정서다.
한편 한화에 대한 실사를 거부해 온 대우조선 노조는 산은의 본계약 체결 시한 1개월 연장 등과 관련해 간부와 대의원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9일 오전 11시 산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만약 노조가 실사를 허용할 경우 한화는 본계약을 늦추거나 인수대금 납입 연기 등을 요구할 명분마저 줄어들게 되는데, 이 문제가 향후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심거리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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