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 남종화의 대가 소치(小癡) 허련(許鍊ㆍ1808~1893)의 '일속산방도(一粟山房圖)'가 처음으로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허련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이 27일 개막한 특별전 '소치 이백년 운림 이만리'를 통해서다.
철종 4년(1853), 허련이 46세 때 그린 이 작품은 관념적인 남종 문인화가 실경(實景)으로 발전하기도 했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그림이지만,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 지금껏 한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었다.
추사 김정희의 수제자로 유명한 허련은 남종화의 한국적 수용과 확산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남종 문인화의 고도의 관념미를 소화했을 뿐 아니라 자유분방한 담채와 수묵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전남 진도 출신인 그는 당시 화단의 중요 서화가들과 교류했고, 변변찮은 벼슬을 하지 않았음에도 정치인들의 후원을 받았으며 1846년에는 헌종을 알현하는 영광도 누렸다.
28세 때 해남 대흥사에 있던 초의선사의 지도를 받으며 처음 화가의 길로 들어선 허련은 4년 후 초의선사의 추천으로 김정희의 제자가 돼 서화수업을 받았다. 49세 때인 1856년 추사가 사망하자 고향에 운림산방(雲林山房)이라는 화실 겸 거처를 마련하고 화업에 전념했다.
이번에 공개된 '일속산방도'는 허련이 다산 정약용의 제자인 황상에게 그려준 것으로, 전남 강진군 천개산에 있던 일속산방은 다산이 유배생활을 했던 곳이자 황상이 살던 곳이었다.
이밖에 허련의 생동적이고 활달한 면모를 보여주는 대작 '산수도', 호방한 필치가 나타나는 후기작 '묵매화', 단순한 구성 속에 변화감이 넘치는 '모란도'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에 나와있다. 허련의 자서전 <소치실록> 에서는 당대 최고 명사들과 교류한 기록을 엿볼 수 있다. 소치실록>
아들 허형(1862~1938)에 이어 허백련(1891~1977), 허건(1908~1987) 등 5대에 걸쳐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운림산방 화맥의 대표작들도 더불어 전시 중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동국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추사파의 일원으로 뭉뚱그려져 온 소치 선생의 예술 세계를 한국 미술이라는 지평에서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일까지. (02)580-1300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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