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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존게임 종착역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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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존게임 종착역 멀었다

입력
2008.12.29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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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업계가 끝없는 가격 추락의 파고 속에서 치열한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다. 가격 하락으로 적자의 늪에 빠진 세계 반도체 업계는 인수 합병(M&A) 제의 및 구제 금융 신청 등으로 살아 남기 위한 몸부림이 처절하다. 그만큼 시장이 혼탁해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위기 상황이다.

28일 관련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3위인 일본 엘피다가 대만 파워칩과 프로모스 인수를 추진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키오 사카모토 엘피다 사장은 "대만 파워칩, 프로모스와 합병 논의를 시작했다"며 "이들 업체가 하나로 합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경쟁업체 수를 줄여 넘치는 공급량을 조절하고, 2위 하이닉스를 제쳐 확실히 살아남을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엘피다가 대만 최대 D램 제조업체인 파워칩과 프로모스를 합병하면 엘피다는 하이닉스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2위로 올라서는 세계 반도체 업계의 지각 변동에 발생한다. 특히 엘피다가 하이닉스와 제휴 관계인 프로모스를 인수하면 하이닉스는 내년 D램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프로모스 인수를 검토한 미국 마이크론도 엘피다에 더욱 뒤쳐지게 된다.

여기에 대만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살리기 위해 자금 지원을 적극 검토하고 나서 엘피다로서는 호재를 만난 셈이다. 특히 대만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의 취약점인 기술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엘피다가 기술 지원시 파워칩에 자금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파워칩은 최근 경영 악화로 대만 정부에 6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신청한 상태다.

대만 뿐만이 아니다. 독일도 자국 반도체 업체 키몬다에 최근 구제 금융을 지원했다. 경영 위기에 놓인 키몬다는 독일 작센 주정부와 모회사 인피니언으로부터 총 3억2,500만유로의 자금 지원을 받아 퇴출 위기에서 겨우 벗어났다.

대만과 독일의 반도체 업계 지원은 시장에 악재가 됐다. 공급량 감소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가격을 더 끌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반도체 가격은 감산으로 6개월 만인 이달 18일 반등했으나 키몬다에 대한 자금 지원이 발표된 이후 다시 고개를 숙였다. 1기가비트(Gb) DDR2 D램 반도체 가격은 18일 0.94달러에서 이날 현재 30% 가까이 빠진 0.75 달러로 곤두박질쳤다. 다행히 낸드플래시 가격은 세계 2위 업체인 도시바가 이달 말부터 내년 1월13일까지 2주간 가동 중단 계획을 밝히면서 8Gb 가격이 18일 0.60달러에서 1.31달러까지 올랐다.

국내 업체들은 가격 하락과 더불어 경쟁 업체들의 구제 금융 지원, 일본과 대만의 연대 등으로 더욱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됐다. 특히 하이닉스는 감산에 이어 8,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신청할 정도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도 "감산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날로 떨어지는 반도체 가격 때문에 4분기는 물론이고 내년 1분기까지 적자가 예상된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4분기에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분야에서만 4,420억원의 적자가 날 것"이라며 "1분기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아 4,200억원의 영업적자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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