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가면(假面)을 벗은 삶인 것./ 우리도, 우리의 겨울도 그와 같은 것// 우리는/ 서로 닮은 아픔을 향하여/ 불을 지피었다'(기형도의 시 '겨울·눈·나무·숲'에서)
떠난 이를 기억하는 일은, 그에 대한 개별의 추억들을 공동의 자산으로 만드는 일이다. 2009년에도 한국문학사에 제각기 강렬한 색채를 남기고 떠난 이들을 기리는 행사가 연중 이어진다. 주요 문인들에 대한 추모 행사를 중심으로 내년의 한국문학을 정리해본다.
■ 기형도, 신동엽, 박태원, 조태일
유고시집 <입속의 검은 잎> 한 권으로 1990년대 이후 수많은 문학청년들을 사로잡은 기형도(1960~1989) 시인의 20주기 추모행사가 기일(3월 7일)을 즈음해 잇따라 진행된다. 10주기에 맞춰 <기형도 전집> 을 발간했던 문학과 지성사는 2월말 <기형도 기념 문집> 을 낸다. 기형도> 기형도> 입속의>
여기에는 유고시집에 수록됐던 고 김현의 평론을 비롯해 오생근, 정과리, 남진우, 이광호씨 등의 평론 15편과 지인이었던 소설가 성석제, 원재길씨 등의 추모글, 젊은 시인들의 좌담 등이 실릴 예정이다. 계간지 '문학과 사회' 봄호를 통해서도 고인의 삶과 문학세계를 재조명한다.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며 분단현실에 대한 강한 저항의식을 보여줬던 신동엽(1930~1969) 시인의 40주기 추모행사도 열린다. 기일(4월 7일)에 맞춰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생가터에서 신동엽문학관 착공식과 문학세미나 및 시 낭송회 등 제1회 '신동엽문학제'도 열린다.
강의철 숭의여대 교수 등은 논문집 출간, 심포지움 개최 등을 준비하고 있고 1975년 <신동엽 전집> 을 냈던 창비도 개정판 출간, 계간지 '창작과 비평' 특별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신동엽>
내년은 식민지의 수도였던 경성을 근대적 지식인의 시각으로 관찰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청계천 주변 도시하층민들의 세태를 묘파한 <천변풍경> 등을 남긴 구보 박태원(1909~1986)의 탄생 100주년. 천변풍경> 소설가>
6, 7월께 서울 청계천문화관에서 친필서신, 작품 원본, 월북 이후의 사진, 결혼식 방명록 등 구보의 유품과 관련 자료 전시회가 열리고 소설 낭독회와 강연회, 그의 주요 작품 무대였던 종로, 청계천 일대 걷기행사 등도 개최될 예정이다.
또 상반기에는 대하소설 <남과 북> 의 작가 홍성원(1937~2008) 1주기 추모문집, 하반기에는 <서편제> 의 이청준(1939~2008) 유고 일기와 <국토> 의 시인 조태일(1941~1999) 10주기를 기념하는 추모 전집도 발간된다. 국토> 서편제> 남과>
■ 고은 '만인보', 최인훈 전집 완간
고은(75) 시인의 <만인보> 가 20여년간의 대장정을 끝내고 내년 봄 30권으로 완간된다. 1986년 11월 첫선을 보인 <만인보> 는 고은 시인이 한국 근현대사의 인물들을 1편씩의 시로 표현한, 세계 문학에서도 유례가 없는 기념비적인 인물시집이다. 만인보> 만인보>
지난 11월 <광장> <회색인> 등 5권을 선보인 작가 최인훈(72)씨의 전집 개정판도 그의 등단 50년이 되는 내년 상반기 중 모두 15권으로 완간된다. 회색인> 광장>
이밖에도 영미권과 프랑스 독일에서 벗어나 스페인 체코 등 그간 서구 문학의 주변부로 인식됐던 국가들, 터키 멕시코 등 제3세계 국가의 작가들까지 본격 소개한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이 1월초 통권 200권 고지를 밟는다.
19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를 첫 권으로 내놓은 뒤 11년 만의 일로, 민음사는 200권 출간을 기념해 <거미 여인의 키스> <데미안>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베스트 10' 특별판도 내놓을 계획이다. 데미안> 거미> 변신>
신경림의 <농무> (1973)에서 시작, 민중 지향과 현실 참여라는 한국시의 한 축을 세운 '창비시선' 도 3월 중 36년만에 300호를 내놓는다. 창비는 '창비시선 300호 기념 테마시집'으로 이를 자축할 예정이다. 농무>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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