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술계는 경제위기로 잔뜩 움츠러든다. 대형 화랑들은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며,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 작가 전시들을 대폭 줄이는 대신 국내 젊은 작가 전시를 통해 불황 타개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시기에도 우리를 찾아오는 화가들이 있다. 특히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내년 5월 28일부터 9월 2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행복을 그린 화가 : 르누아르' 전이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의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회고전으로, 샤갈(2004) 피카소(2006) 모네(2007) 반 고흐(2007~2008) 전 등 국내 미술 전시 역사에 큰 획을 그어온 한국일보사가 주최한다.
인상주의 시기의 최고 걸작들을 소장하고 있는 파리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은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유럽에 가면 절대 빼놓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이 전시가 열리는 동안 두 곳에 가면 많이 허전할 것이다.
'시골 무도회'(1883), '그네'(1873), '피아노를 치는 소녀들'(1892), '피아노 앞의 이본느와 크리스틴느 르롤'(1897), '어릿광대'(1909) 등 두 곳이 소장한 르누아르의 명실상부한 대표작들이 모두 한국으로 건너오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파리 프티팔레 시립미술관, 마르모탕 미술관, 미국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클리블랜드 미술관, 스위스 루가노 시립미술관 등 전 세계 40여곳의 미술관에 흩어져있는 르누아르의 대표작 100여점이 한국에 온다.
초기에서 말기에 이르기까지 르누아르의 대표작들을 시기별, 테마별로 구성해 그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게 한다. 이번 전시는 1985년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르누아르 회고전 이후 전시작의 질과 양적인 면에서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인상파 작품이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사실적인 그림에 색채와 빛의 효과를 더해 '그림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르누아르의 작품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으로 불린다.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예쁜 것이어야 한다"는 예술철학을 갖고 있었던 그는 삶의 어둠 대신 기쁨과 환희의 순간들을 화려한 빛과 색채로 표현했다.
풍만하고 관능적인 여인들의 누드, 귀여운 아이들, 일상의 기쁨으로 온화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 사람들은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면서 세상사의 시름을 잊고 고단함을 달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의 인생이 마냥 행복하고 풍요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가난한 재단사의 아들로 태어나 13세 때부터 도자기 공장의 화공으로 일했고, 도자기에 그림을 찍어내는 기술이 생겨 일자리를 잃은 후에는 부채나 교회 깃발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게 그림은 고통스러운 사명이 아니라 무한한 즐거움이었다. 젊은 시절 그의 스승이었던 샤를 글레르는 당시 흔치 않던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는 르누아르에게 "재미로 그림을 그리는 거냐"고 물었다. 르누아르의 대답은 "그림을 그리는 게 즐겁지 않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말년에 그는 류머티즘성 관절염으로 신음했다. 손이 심하게 비틀려 손가락 사이에 붓을 끼우고 붕대로 고정시킨 채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은 절망과 분노가 아닌 행복으로 충만하다. 괴로운 일들이 너무나 많은 세상에서 그림은 영혼을 씻어주는 선물이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순주 전시총감독은 "르누아르는 미술사에서 유일하게 행복이라는 것의 의미를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화가"라면서 "경제위기로 어려운 시기에 르누아르의 그림을 통해 삶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클림트展 2월에/ 내달엔 '피사로와 인상파'展도
클림트와 앤디 워홀의 작품들도 내년에 한국을 찾는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2월 2일부터 5월 15일까지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 전을 연다.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국립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유화 39점과 드로잉 70점이 나온다.
20세기 초 비엔나 분리파의 활동을 알 수 있도록 꾸밀 예정이다. 클림트의 대표작들 중 '유디트Ⅰ' '아담과 이브' '러브' 등이 오지만, 안타깝게도 '키스'는 볼 수 없다.
경기 고양시 아람미술관은 1월 6일부터 3월 25일까지 프랑스 인상파 화가 카미유 피사로(1830~1903)를 비롯한 인상파 작품들을 모아 '피사로와 인상파 화가들' 전을 연다.
피사로 뿐 아니라 그에게 영향을 준 코로, 밀레, 그와 교류한 화가들, 그리고 아들 뤼시엥 피사로의 작품이 함께 걸린다. 영국 애쉬몰린 미술관 소장품들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겨울에 미국의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1928~1987)의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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