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국회 본회의장 기습점거로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강행 처리는 한층 더 어려워졌다. 이는 2002년 국회법의 표결 관련 조항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현행 국회법 110조 1항은 ‘표결할 때는 의장이 표결할 안건의 제목을 의장석에서 선포하여야 한다’라고 돼 있고, 113조는 ‘표결이 끝났을 때는 의장은 그 결과를 의장석에서 선포한다’라고 돼 있다. 국회의장이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사회를 봐야만 안건 처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점거중인 의장석을 탈환해야만 법안 처리가 가능한 처지다.
이 조항은 2002년 3월7일 개정됐다. 당시 야당이면서 다수당이던 한나라당이 날치기 방지명목으로 제안해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것이다. 개정 전에는 ‘의장석에서’라는 문구가 없었다. 즉 의장석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도 안건 처리가 가능했던 것이다. 실제 이 규정이 없었을 때는 소수당이 의장석을 점거하면 다수당이 회의장이 아닌 다른 장소나 회의장 통로 등에서 안건을 기습상정하고 가결을 선포하는 ‘날치기’가 자주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소수당이 의장석만 막고 있으면 표결을 봉쇄할 수 있게 됐다. 2004년 탄핵 표결 때 열린우리당이 의장석을 점거하자 한나라당은 힘으로 의원들을 끌어냈다.
강행처리가 어려운 또 한가지 이유는 수십 건의 법안을 ‘일괄 상정, 일괄 통과’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국회법에 금지가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110조 1항에 의장이 표결 시 안건 제목을 선포토록 한 조항이 안건마다 일일이 표결하도록 하는 규정으로 해석된다. 특히 2000년 2월16일 전자투표가 도입된 이후에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이를테면 80건 법률을 통과시키려면 의원들이 80번의 전자투표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야당이 얼마든지 저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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