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희망이었지만 끝은 절망이었다. 2008년이 처음 밝았을 때, 국민들은 경제에 대한 꿈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무엇보다 샐러리맨 신화를 이룬 대통령, '경제 살리기'를 장담한 대통령에 대한 기대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이 꿈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국민은 하나도 없다. 경제가 나빠진 것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기대할 것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허탈함이 국민들을 더욱 서글프게 만든다.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물론 전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나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설령 케인즈가 '재림'했던들, 이 쓰나미 같은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었겠는가. 현 정부는 분명 시운(時運)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다 감안해도, MB노믹스 1년은 기대 이하였다. 경제위기 때문에 성과도 없었던 것은 그렇다 쳐도, 뚜렷한 비전과 철학이 발견된 것도 아니었다. 정책과 대책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거다!' 싶은 것은 전혀 기억에 없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많은 경제관련 회의와 보고대회가 열렸지만, 국민들 눈엔 아무런 감동도 없는 그냥 '이벤트'일 뿐이었다.
7ㆍ4ㆍ7이니, 몇 십 만개 일자리니, 혹은 녹색 성장이니 하는 것은 결코 청사진이 될 수 없다. 다분히 헤드라인을 겨냥한 이런 수치 목표나 컨셉은 이미 과거 정부들에서 식상할 정도로 써먹었던 방식이다. 국민들은 MB노믹스가 단지 제목이나 구호 아닌, 컨텐츠에서 그리고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에서 과거와 달라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2008년의 마지막 주이자, 2009년의 첫 주가 시작되는 시기다. 새해엔 이 '데스크 경제전망대'에서 뭔가 확실히 달라진 MB노믹스를 얘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 당장 새해 두번째 날(2일)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연설이 예정되어 있는데, 과연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된 MB노믹스의 비전과 메시지, 콘텐츠를 들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성철 경제부 차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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