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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20세기 환경의 역사' 환경오염, 방탕한 20세기의 거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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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20세기 환경의 역사' 환경오염, 방탕한 20세기의 거대한 유산

입력
2008.12.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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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 맥닐 지음ㆍ홍욱희 옮김/에코리브르 발행ㆍ688쪽ㆍ3만8,000원

'은색 테두리가 쳐진 검은 구름'

이 문구만큼 20세기 대기오염의 실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도 없다. 산업혁명과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화석연료를 집중적으로 쏟아부은 인류 때문에 20세기의 하늘은 먹구름처럼 시커멓게 썩었고 여기서 비롯된 스모그는 21세기의 공기마저 더럽히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 J R 맥닐은 이 책에서 오늘날 환경문제의 원인으로 20세기의 산업화 과정을 꼽는다. 물론 그 전에 이미 지구의 환경 파괴는 불을 사용하면서 시작됐고 로마제국시대 지중해 지역에서 납을 제련하며 뿜어낸 매연이 북극 지방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20세기에 이뤄진 인구의 비약적인 증가, 100년 만에 15배나 증가한 전 세계의 GDP 성장치가 보여주는 경제발전이야말로 환경오염의 가장 큰 주범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 같은 20세기 인류의 발전이 에너지 사용의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1900년 에너지 사용을 100이라 봤을 때 1800년의 에너지 사용은 불과 31인 반면 2000년의 에너지 사용은 1,250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에너지 사용량 급증이 환경문제를 전례없이 심화시켰고 환경오염은 국지적인 문제가 아닌 전지구적인 골칫거리가 됐다.

맥닐 교수는 20세기의 풍경을 사뭇 다르게도 보여준다. 대도시 대기오염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인 런던과 피츠버그의 대기질이 1950년대부터 급속히 개선되기 시작했다. 석탄 대신 석유와 천연가스를 주종으로 하는 새로운 에너지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며 획기적인 대기질 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이들 도시뿐 아니라 도쿄, 뉴욕 등 대도시들도 오염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하지만 중국, 멕시코,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에서는 여전히 도시와 공단에서 심각한 대기오염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들 도시의 수자원 또한 마찬가지로 오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이처럼 환경오염을 설명하며 역사적인 서술만을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오염의 뒤에 가려진 정치, 경제적 경향에도 주목했다. 이밖에 책은 20세기에 전 세계를 풍미했던 일련의 이념, 즉 제국주의와 탈식민지화 그리고 민주화 등 정치적 동향이 어떻게 환경 변화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한다.

저자는 다른 환경 관련 책에서처럼 이분법적인 선악의 관점을 가지고 인류의 악행을 비판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환경오염을 견딜 수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구의 생태역사가 인류의 사회경제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진행됐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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