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저게 뭐야." "나는 태어나서 처음 봐."
26일 오후 4시, 아직은 한가로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거리가 갑자기 술렁거렸다. 머리에 꽃 핀을 꽂고 목도리를 두른 채 아스팔트 인도 위를 당당히 걷는 새하얀 양 2마리 주변에 행인 수십 명이 몰려들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대관령 목장도, 한적한 교외의 동물원도 아닌 도심 한 복판에서 양과 함께 산책을 나선 이는 위영선(35ㆍ여)씨. 그가 애완용으로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닌 양을 키우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원래 양을 좋아해서 사진으로만 보다가 얼마 전 강아지를 선물 받은 게 계기가 됐어요. 베들링턴 테리어라는 종인데 생긴 게 제가 좋아하는 양과 똑 닮았거든요."
양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든 그는 지난달 대관령의 목장을 찾아 9월 태어난 숫양과 암양 한 마리씩을 분양 받았다. 이태리어로 '새끼 양'을 뜻하는 '페코라'에서 따 수컷은 '페코', 암컷은 '코라'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위씨는 페코와 코라를 위해 매일 홍대 주변을 산책한다. 홍대 '신흥 명물'의 등장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건 당연지사.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양을 만져보고,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의 열띤 경쟁에 한 발 한 발 내딛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도심에서 양을 키우는 데 어디 신경 쓸 게 한 둘이랴. 갓 상경한 양들에게 도시 생활은 낯설었다. 며칠 밤낮을 '매해해' 울어댔다.
"빵빵 대는 자동차 경적소리와 귓전을 때리는 음악 소리 때문에 처음에는 꼼짝도 하지 않더군요. 그런데 지금은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답답해 해요. 예전엔 꼿꼿하게 걷더니 요즘은 강아지처럼 여기저기 킁킁대고 두리번대는 게 '도시 양'이 다 된 것 같아요."
위씨는 1년 뒤 양들을 다시 목장으로 돌려 보낼 참이다. 울음소리만 듣고도 페코인지 코라인지를 구별할 정도로 정이 많이 들었지만 다 크게 되면 80kg에 육박하는 양들을 언제까지나 데리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 양들이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걱정이에요. 헤어질 때 너무 슬프면 어떡하죠."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페코와 코라는 위씨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밥 타령만 늘어 놓는다. "매해해 매해해…."
글·사진=장재원 인턴기자(이화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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