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론] '실수요'형 부동산 대책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론] '실수요'형 부동산 대책을

입력
2008.12.29 00:03
0 0

'핵심 빠진 대책', '알맹이 없어', '오락가락 정책', '시장만 교란', '시장 거듭 실망' 등등. 22일 발표된 국토해양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여러 언론이 평가한 머릿글 제목들이다. 정부는 민간주택을 청약할 때 재당첨 제한을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고 공공주택 분양권 전매기간을 3~7년에서 1~5년으로 추가 단축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당초 스스로 기정사실화했던 '핵심 규제'의 완화 대책이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채택되지 못한 것을 두고 내린 평가다.

보유자 위한 규제 완화는 한계

이 조치가 발표되자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1억원 이상까지 가격이 오르고 급매물 물량이 급히 회수되었던 강남지역의 주택시장은 다시 가격이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강남 3구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미분양주택 양도세 한시적 비과세 등의 3대 핵심 규제완화가 발표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기대한 대로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사라지고 다시 가격이 오르게 되었다면 정부는 목표를 달성한 것이 되고, '부동산 시장'은 정상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

채택되지 않은 핵심 규제완화 정책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정상화될 수 있는가? 현재 주택시장에서는 소득이나 구매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 때문에 서울 강남지역에서도 미분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행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는 데는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는다. 이 제도의 폐지는 결국 민간택지에서 주택의 분양가격을 더 올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분양가를 올리면 공급은 늘어날 수 있지만 오른 가격에도 주택을 구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명이 없다.

둘째, 강남 3구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부동산 시장은 정상화될 수 있는가? 이 지역에서 핵심적인 규제는 기존 주택보유자에 대한 청약 제한과 주택대출 규제다. 미분양이 늘고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주택청약의 실익도 없고 은행이 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비해 우리 부동산 시장의 안정성을 보장해 주었던 대출 규제마저 완화된다면 부동산 가격 폭등기에 정부는 아무런 수단도 없게 될 것이다.

셋째, 미분양 주택에 대한 일시적 양도소득세 면제는 이미 IMF 때 활용했던 제도다. 일시적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취했던 양도소득세 면제나 분양가격 자율화, 청약제도 완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은 곧 이어 경기완화 때 부동산 가격 폭등을 유발했던 경험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근본적으로는 세계경제 위기 확산에 따라 국내 경제나 부동산 시장 전망을 불확실하게 보는 구매자들의 판단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규제 완화를 통해 일시적으로 투기적, 투자적 수요를 불러 일으킬지라도 국내외 경제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장기 침체는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분양가 획기적으로 낮아지게

정부는 주택 보유자, 원리금 상환능력이 약하더라도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규제 완화에 힘쓸 것이 아니라, 실수요자가 낮아진 소득에 맞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분양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토지가격 하락, 분양가 제도 개선, 건설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분양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건전한 부동산 수요가 살아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부동산 시장도 정상화시키고 건설산업도 살리는 길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