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선거비용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첫 주민 직접투표로 치러진 대전시교육감 선거도 과열ㆍ혼탁 조짐을 보였다고 한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시ㆍ도교육청별로 잔여임기가 1년 2개월 이상 남을 경우 교육감 선거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선거방식으로는 선거 비용의 대부분을 후보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어 부작용이 많이 드러날뿐 아니라 유능한 교육 수장을 뽑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 동안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제기된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교직에 몸담고 있는 교원들이 상상하지 못할 선거비용을 조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의 경우 법정 선거 비용은 34억6,000만원에 달한다. 이런 막대한 선거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교원 급여를 감안할 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출마자들의 비용 조달을 위해 은행 융자에 기대거나 가까운 지인들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정당 개입으로 인한 교육자치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만 봐도 각 정당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는 소문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육 활동의 정치적ㆍ행정적 예속이 우려되는 측면이다. 20%라는 저조한 투표율에서 보듯 일반 시민의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도 대표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교육자치제는 교육의 특수성과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그 동안 정부나 교원단체, 교육전문가들은 이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 교육자치제의 핵심 축이 되는 교육감을 주민직선제로 바꾼 것은 교육 자치의 커다란 진전이 아닐 수 없다. 교육자치제의 중심에 있는 교육감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후유증이 아쉬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교육감을 과거처럼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위원들을 늘려서 뽑거나 임명제,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 등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운위에서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은 학운위원들의 대표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교육감 임명제 역시 교육자치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 러닝메이트 제도는 투표율을 올릴 수 있을 지 몰라도 교육계의 '정치화'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의 골격을 살리면서 불합리한 점들을 보완하려면 '완전 선거공영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재력이 없더라도 유능한 교육 지도자들이 교육감 후보로 출마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선거운동의 과열을 방지하는 동시에 후보자들로 하여금 지나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선거운동원이나 사무원 수가 줄어들고 유세 차량, 홍보물, 선거공약 자료, 광고 등을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거공영제를 실시하는 국가들에서도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장 선출과는 다른 차별화한 교육감 선거지침을 마련하고 법정한도 선거비용이나 선거비용 보전 비율도 대폭 낮춰야 한다. 선거시스템의 개선은 공영제를 선거운동의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는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서정화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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