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서울 뚝도정수장에서 처음으로 수돗물 공급을 시작한지 꼭 100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의 상수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큰 변화와 발전을 이뤘다. 수돗물 보급률은 91.3%에 이르고 수돗물의 수질 또한 세계가 인정할 만큼 깨끗하고 안전하다.
수도사업자별로 많게는 250항목에 걸친 세심한 수질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도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은 아직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그것은 각종 수질사고가 잊을만하면 터지고 있고 정수처리과정에서 오염물질 제거능력의 완벽성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유럽 상수도 역사가 앞선 대부분의 나라는 지하수를 활용해서 수돗물을 만든다. 수돗물 지하수 수원비율은 미국 37%, 독일 74%이다. 우리는 사정이 달라 90% 이상 강이나 호소 등 지표수를 이용해 수돗물을 생산한다. 문제는 지표수가 지하수보다 오염 등 각종 수질사고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상수원 오염의 대표적 사례가 1991년의 낙동강 페놀유입 사고다. 이 사고는 엄청난 반향과 각성을 불러왔다. 상류의 오염물질 배출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실시간 수질감시시스템 구축, 상수원 인근도로 유독물질 적재차량 통행금지 등 정부차원의 근원적 노력이 시작됐다. 고도정수처리공정을 도입했고 분말활성탄 투입 등 만약의 사고에 대한 대책도 마련됐다.
그러나 아직은 수돗물에 대한 믿음은 높지 않고 특히 상수원 오염시 이를 얼마나 완벽하게 걸러낼 수 있는지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수처리 효율성 검증에 나선 환경부와 K-water는 원수에 유입된 페놀을 일반 정수처리공정과 고도정수처리공정에서 얼마나 처리할 수 있는지 농도별 실증실험을 해 보았다. 그 결과, 분말활성탄 투입이 가능한 일반 정수처리공정은 0.02 mg/L, 오존 및 입상활성탄 흡착지로 구성된 고도정수처리공정은 5 mg/L의 원수페놀농도의 처리가 가능했다.
올해 3월, 공장 화재사고로 낙동강수계 구미정수장에 유입된 페놀의 최대농도는 0.015mg/L이었다. 당시에는 분말활성탄을 투입, 먹는 물 수질기준 이내의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었다. 구미를 비롯한 급수지역 어느 곳에서도 단 한 건의 민원제기도 없었다. 일반정수처리공정이든 고도정수처리공정이든 정수장에서의 적정한 처리를 거친 수돗물은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실험으로 거듭 확인됐다.
수도역사 100년! 우리에게도 선진국 수준의 상수도시스템이 갖추어졌다. 수돗물에 대한 보다 깊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한다.
이송희 K-water 수돗물품질팀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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