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의 인수ㆍ합병(M&A) 매물인 대우조선해양 매각협상이 불발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 중인 한화그룹이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에 29일로 예정된 본계약 연기를 요청한 가운데 산은은 예정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산은이 28일 한화 측 요구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라 막판 타협 가능성도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 등 한화 3개 계열사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한 본계약 체결 이전에 실사작업을 거치거나, 이에 준하는 보완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결의했다.
이 결의는 본계약 체결을 3일 앞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한화가 산은에 본계약 체결 시점을 늦춰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 관계자는 "본계약 전에 실사작업을 마쳐야 회사가치를 알 수 있는데, 대우조선 노조의 방해로 실사작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원래 조건대로 본계약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때문에 한화그룹은 실사작업이 완료된 뒤 본계약을 하든지, 본계약을 예정대로 해야 한다면 나중에 실사에서 발견되는 부실을 한화가 보전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넣어야 한다는 것. 결국, 당초 결정된 인수가격 하한가보다 더 낮게 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한화의 요구다.
한화그룹은 또 이사회에서 인수대금 잔금 지급조건을 완화하도록 산은과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결의했다.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진 만큼, 양해각서대로 돈을 내면 경영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은은 일단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입장. 양해각서가 체결된 지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계약조건 변경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산은은 다만, 전체 인수대금 중 70%를 한화가 마련하면, 나머지 30%는 대출로 지원해 줄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화그룹이 '실사 후 본계약'이나 '손실보전 보완장치 마련' 등의 기존 입장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본계약 체결이 무산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화는 지난달 19일 납부한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날릴 수밖에 없는 데다, 향후 다른 M&A 추진 과정에서도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매도자인 산은도 비싼 가격에 계약을 해 놓고 제대로 '관리'를 못해 M&A를 무산시켰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계약 불발에 따른 책임 소재를 놓고 양측의 지루한 공방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산은이 한화의 요구에 대해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낙관적인 시각도 있다.
박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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