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지루함을 못 견딘다. 어떤 때 지루한가? 똑 같은 것을 되풀이할 때다. 처음엔 '세상에 뭐 이렇게 재미난 게 있어!' 감동하고 열광하지만, 반복하면 '지겹다, 제발 좀 그만해라!' 싫증내고 짜증내는 것이다. 이러니 세상이 빨리 변한다. 지루한 사람들 비위 맞추려면 재빨리 새로워질 수밖에 없고, 또다시 지루하고, 또다시 새롭고, 정신없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은 지루함을 간절히 원하기도 한다.
똑 같지 않은 것, 익숙하지 않은 것, 이질적인 것, 낯선 것이 두렵다. 내 생각과 다르고 내 예상을 깨는 것이 밉다. '뭐 저 따위 게 다 있어? 말이 안 되잖아!' 불편하고 화나는 것이다. 지루함을 못 견디면서도 지루함을 간절히 원하는 모순된 마음이 행복하게 펼쳐지는 곳이 드라마의 세계다. 드라마는 '사랑과 불륜(삼각관계)' '가족애' '불굴의 영웅' '사필귀정' '인지상정' '용서와 화해' 등과 같은 지독하게 지루한 주제를 끈질기게도 고수한다.
아무리 새로운 척해도 온 가족이 온 세대가 다 보는 한 지루한 주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동시에 새로운 스타를 줄기차게 생산하여 얼굴을 쉼없이 바꿔댐으로써 지루함을 깨뜨린다. 그래서 탤런트의 얼굴에 드라마의 성패가 달리게 된 것이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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