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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국립오페라단 '피가로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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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국립오페라단 '피가로의 결혼'

입력
2008.12.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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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는 '늙은 예술'이라는 생각을 뒤집는 젊은 무대를 선보였다. 25일 막을 올린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활기찬 무대로 젊은 감각을 과시했다.

원작은 알마비바 백작의 집에서 벌어지는 엎치락뒤치락 소동이지만, 이번 무대는 사실적인 재현을 버리고 대신 격자틀의 입방체 구조물을 세워 야구장처럼 꾸몄다. 전광판도 있고 치어리더와 관중도 등장한다.

피가로는 야구선수 차림이고, 수잔나는 야구복 상의에 청바지를 입었다. 선글라스를 낀 알마비바 백작이나, 카고 바지를 엉덩이에 걸친 채 헤드폰을 끼고 나타나는 케루비노도 전통적인 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피가로의 결혼'에 웬 야구장이냐 싶지만, 극중 인물들이 벌이는 복잡한 신경전을 잔머리 굴리기 게임이라고 보면 야구 경기 같은 전개가 전혀 엉뚱한 발상은 아니다. 오히려 고전 중의 고전, 낡은 소재에서 새로움을 끌어낸 흥미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흔히 남장한 메조소프라노가 맡는 '바지 역' 케루비노를 남자인 카운터테너에게 맡긴 것도 참신하다. 극중 케루비노는 10대 미소년인데, 여자 가수가 노래하면 아무래도 어색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말투를 살려 재기 넘치게 번역한 대본도 젊은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큰 몫을 할 것 같다. 예컨대 수잔나에게 뺨을 맞은 피가로가 고양이 흉내를 내며 "냐옹, 아팠쪘쪄"라고 응석 부리는 모습을 오페라 대본에서 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손혜수(피가로) 손지혜(수잔나) 사무엘 윤(알마비바 백작) 김혜진(백작 부인) 이동규(케루비노) 등 지명도 높은 젊은 가수들이 나온 이날 공연에서 가수들은 많이 움직이고 뛰어다니면서 노래했다. 정적인 오페라 무대와 비교하면 뮤지컬을 보는 듯한 활력이 넘쳤다.

가수들은 고르게 뛰어난 기량으로 앙상블 오페라의 묘미를 전달했다. 하녀 수잔나를 넘보다 망신살이 뻗치는 알마비바 백작 역의 사무엘 윤은 능청스런 연기로 웃음을 자아냈다. 바르톨로 함석헌, 마르첼리나 정수연, 바질리오 전병호 등 조역들의 호연도 주역 못지않게 빛났다.

이번 공연은 국립오페라단의 대학 순회 오페라 첫 작품이다. 서울 석관동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에서 30일까지 공연한다. 내년에는 다른 대학들을 찾아간다. 문의 (02)586-5282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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