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10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전망이다. 통장에 찍히는 월급액(명목임금)은 늘었지만, 물가 상승폭(인플레이션)이 더 커 실제 벌어들인 돈(실질임금)이 줄어든 것이다.
26일 한국은행과 노동부에 따르면 상용근로자와 임시ㆍ일용근로자를 모두 포함한 전체 근로자의 실질임금 증가율은 3분기 –2.9%를 기록했다. 실질임금이 마이너스가 됐다는 의미는 임금 상승폭이 물가 상승폭을 따라잡지 못해 실제로는 임금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실제 3분기 명목 임금은 작년 동기보다 2.6% 늘어났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5%에 달하면서 실질임금 증가율이 뒷걸음질쳤다. 실질임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하반기(-10.9%) 이후 10년 만이다. 특히 1분기 2.3%, 2분기 1.6%, 3분기 –2.9%에 이어 4분기에는 실질임금 상승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여 연간 기준으로도 10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된다.
실질임금이 떨어지면서 3분기 실질구매력 증가율(-1.8%)도 동반 하락해 1999년 1분기(-1.3%) 이후 9년6개월 만에 첫 감소세를 보였다. 실질구매력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임금 근로자들의 지갑이 얇아져 지난 분기보다 물건을 살 능력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실질임금 감소가 내년에도 지속돼 경기 침체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임금 근로자들의 실질구매력까지 떨어지면서 내년 초 우리 경제가 임금하락→소비감소→기업 채산성 악화→경기침체 가속화→대량 실업의 악순환 고리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에도 고용이 부진하고, 물가는 당분간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실질임금이 소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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