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로빈슨 지음ㆍ박정숙 옮김/북스넛 발행ㆍ382면ㆍ1만8,000원
'팀의 동료(team player)로 인정받지 못할까 두려워 휴가 떠나기가 무섭다'
'구조조정에서 첫번째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점심 식사를 사무실 밖에서 먹는 것조차 두렵다'
이곳 한국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금 미국 직장인들의 집단무의식으로 자리잡은 '휴가 기피증'이다. 미국 가서 '9 to 5'라고 하면 1990년대나 통하던 것을 아직도 외고 있는 철부지라는 말 듣기 딱 좋다. 21세기는 더 많이 일하면서도 전전긍긍하는 때다. 오죽하면 '워크 오르가즘'이란 말까지 나왔을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롯대 심리학ㆍ아동발달학 교수인 브라이언 로빈슨은 일 중독에 대해 연구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3,000여건이 넘는 일 중독 사례 연구, 90명의 성격 유형 연구 등 실증적 데이터로 가득 차 있다.
'열심히 일한 그대, 떠나라'는 말은 광고 문안에나 있다고 믿어온 많은 한국 사람들은 억울하다. 앞만 보고 열심히 일했는데, 머잖아 퇴출이라니. 상황은 현재 미국도 다르지 않다. 발달한 기술문명은 사람들을 옥죌 뿐이다. 휴가를 갈 때조차 반드시 노트북, PDA를 동반한다. 적당한 일감은 필수적이다. 이제는 '9 to 5'가 아니라 '24/7'(하루 24시간, 일주일 7일 내내)'이다.
2007년 미국에서 직장인의 휴식 패턴에 대해 조사한 결과, 기업 관리직의 절반 가까이가 업무를 이유로 유급 휴가를 전혀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36%는 앞으로 휴가 갈 계획조차 없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월드 비즈니스 리포트 지는 "현재 직장인들은 20년 전보다 사회적으로 더욱 고립돼 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워커홀리즘, 즉 일 중독이란 막연한 불안감을 일에서 해소하고 친구나 가족과 지내는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을 더 행복한 것으로 느끼는 심리다. 일 중독자들은 현재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의 4분의 1은 심각한 일 중독자이고, 일 중독자가 아닌 사람들 역시 72%는 일감을 싸들고 퇴근한다는 것이다.
일을 끊지 못하는 '계속형', 마감에 쫓길 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으로 흥분을 느끼는 '폭식형' 등 4가지로 일 중독자를 나누는 저자는 일 중독의 한 원인을 어린 시절에서 찾는다. 낮은 자존감을 감추기 위해 어릴 적부터 일 중독에 빠지며, 성공적인 듯한 유년기를 보낸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랑받기 위해서는 완벽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 과정에서 타인을 기쁘게 하려 노력한다.
저자는 이제는 변해야 할 때라고 결론짓는다. 성공의 여부는 가족, 자녀들과의 관계 회복 여부가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녀에게 시간을 투자할 만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이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실천 지침으로 가족 계약을 다시 맺는 것을 제시한다. 각 구성원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 서로의 관심사를 소중히 여기고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명시한 계약서를 만들라는 것이다.
한때 지독한 일 중독자로 이혼까지 당한 저자의 개인편력 덕에 책의 내용은 절실하기까지 하다. 심리적 견지에 치중, 사회적ㆍ정치적 고찰에 소홀한 것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원제는 'Chained To The Desk'.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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