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R 베렌바움 지음ㆍ최재천, 권은비 옮김/효형출판 발행ㆍ352쪽ㆍ1만4,000원
옮긴이는 권두에 이렇게 썼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들은 또 있다. 마음으로는 곤충기(昆蟲期)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현실의 굴레 속에서 곤충과 전혀 상관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그 많은 설자란 애어른들이다." 곤충기란 생물학자 윌슨이 아이들의 성장 단계를 '인형기-공룡기-기차기-곤충기'로 나누면서 생긴 말이다. 이 책은, 아직 곤충기에 머물러 있는 어른들을 위한 곤충기(昆蟲記)다.
저자는 마흔 나이에 미국국립과학한림원(NSA) 회원으로 추대된 세계적 곤충생리학자다. 또 주위 사람들을 배꼽 잡게 만드는 재담꾼이며, 해마다 '곤충공포영화제'를 주최하는 익살스러운 인물이기도 하다. <벌들의 화두> 는 재담꾼으로서의 저자의 면목에 가깝다. 예컨대 이런 얘기. "4월에 활동을 시작한 파리 한 쌍의 자손이 모두 살아 남는다면, 8월쯤에는 모두 191,010,000,000,000,000,000마리가 될 것이다."(56쪽) 벌들의>
저자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끝이 없다. 현재까지 곤충학자들이 채집하고 분류해 이름을 붙인 곤충은 대략 100만종. 이는 30만종의 어류, 10만종의 조류, 8,000종의 파충류, 6,000종의 양서류, 5,000종의 포유류를 모두 합한 것의 두 배가 넘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자들에 따라 견해가 다르지만, 지구에 사는 모든 곤충이 다 발견되면 그 숫자는 1,000만~3,000만종에 달할 것이다."
이 행복한 곤충학자의 이야기는 그러나 즐겁지만은 않다. "냉혹함, 미칠 듯한 좌절과 견딜 수 없는 따분함,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 책에 스며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이 모든 것을 잊을 만큼의 감격스러운 상황의 연속"이다. 속으로는 아직 곤충기의 로망을 간직하고 있는 독자들도, 그 감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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