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변호사업계의 첨예한 대립을 가져온 '법관평가제'가 서울변호사회(서울변회) 주도로 24일부터 실시된다.
하창우 서울변회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고법, 중앙지법 등 서울지역 법원에서 한해동안 재판 업무를 수행한 법관 700여명을 상대로 해당 재판에 참여한 변호사 6,300여명이 평가를 한다고 밝혔다.
평가기준은 ▦자질 및 품위 ▦공정성 ▦사건처리태도의 3가지 항목으로 나뉘고 세부적으로 '말씨가 법관으로서 품위가 있나' '판결 전 예단을 가지고 있지 않나' 등 17가지 평가 목록으로 구성된다. 변호사가 실명으로 17개 항목마다 A(매우 좋다)~E(매우 나쁘다)의 5단계로 평가표를 작성하면 '법관평가특별위원회(변호사 10명ㆍ시민단체대표 2명ㆍ대학교수 1명)'에서 이를 취합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 대법원에 제출한다. 이번 평가 결과는 내년 1월 30일 대법원장에게 제출되지만 다음 평가부터는 연중 평가를 실시, 12월말에 대법원으로 송부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변회의 평가자료를 접수할 것인지, 이 자료를 법관인사에 활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 내부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별 법관들은 평가의 공정성과 재판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이유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수도권 지역의 한 판사는 "이해당사자인 변호사가 그것도 애매한 기준으로 법관을 평가한다는 것은 우선 공정성이 담보될 수 없고, 결국 변호사의 눈치를 보라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다"고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하 회장은 "외국사례를 봐도 승패에 따라 법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는 않는다"면서 "결국 공정한 재판을 한 법관은 원ㆍ피고 변호사들로부터 모두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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