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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청년이 꿈꿀 수 있는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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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청년이 꿈꿀 수 있는 일자리

입력
2008.12.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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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스펙'이라고 답할 것이다. 물품 금액 따위의 내용을 자세하게 적은 것을 의미하던 '스펙'이 언제부터인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을 갖추려는 취업 준비생들의 학점ㆍ학력ㆍ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이르는 말로 변용되더니, 최근에는 한 사람이 가진 종합적인 조건의 총체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스펙' 갖추기 경쟁 갈수록 치열

요즘 청년들의 '스펙' 경쟁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학점을 얻기 위해 졸업을 미루면서까지 한 과목을 두 번 혹은 세 번 되풀이하여 수강하는 일이 일상사가 된 지 오래다. 학사 편입과 대학원 진학은 학력 세탁의 수단으로 전락했으며, '원하는 점수'가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토익에 응시하는 토익 재수생, 삼수생 또한 열에 여덟은 된다.

청년들의 '스펙' 갖추기는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고용시장 악화가 겹치면서 올 3.4분기 20~30대 취업자 수는 1990년 4.4분기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낮은 규모를 기록하였다. 내년에는 청년의 고용 사정이 더욱 여의치 않을 것이라 한다. 청년의 고용위기를 심각하게 보아야 하는 이유는 그 영향이 이 세대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닐 뿐더러, 경제적 어려움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실업은 가뜩이나 자녀에 올 인한 부모세대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치열한 싸움 끝에 갖춘 스펙도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되풀이 깨닫게 되면서 청년들이 문제의 소재를 고용시장에서만,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만 찾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가뜩이나 예민한 소년기를 외환위기와 함께 보낸 이들이 취업 실패를 되풀이하면서 가지게 될 대한민국 사회와 대한민국 정치에 대한 환멸과 분노는 실업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정부가 돈 쓸 일이야 언제나 많지만, 내년엔 더 많아질 것이라 한다. 그래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지출을 크게 확대한 것이리라. 하지만,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뉴 딜은 보이지 않고 올드 딜만 보일 뿐이다. 4대강 정비사업과 같은 SOC 투자가 그렇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대한 온정적 대책과 취약계층에 대한 덤핑 일자리의 창출로 땜질하려는 복지정책도 그렇다.

더 궁리해야 할 청년실업대책

청년실업대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년에 중소기업과 공공부문 청년 인턴제를 통해 약 4만 8,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2005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 받은 바 있는 청소년 직장체험 프로그램의 재탕에 불과하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글로벌 청년리더 양성계획이다. 국내 일자리가 한정된 만큼 세계 각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아이디어 자체는 매우 좋다. 하지만, 단기 어학연수나 해외 연수기관 좋은 일만 시키는 결과를 낳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프로그램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꿈을 꿀 수 있는 일자리다. 꿈을 꿀 수 있다면, 그들은 높은 임금과 편안한 노동조건을 희생할 용의가 있다. 그를 위해선 성의를 보여야 한다. 고용시장의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를 겨냥한 다양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수립하고, 그것을 통해 어른들이, 정부가, 기업이 청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ㆍ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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