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도 여야는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싼 대회전을 피할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파국을 향해 치달았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제안한 직권중재는 민주당의 불참으로 불발로 끝났고, 대화가 사라진 국회에선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소리만 울렸다.
한나라당은 막판까지 물밑접촉을 해 보겠다면서도 연말 쟁점 법안의 강행처리를 경고하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박희태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ㆍ중진연석회의에서 "다수결에 의한 돌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며 "결단을 내릴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경제살리기 법안, 위헌 및 헌법불합치 해소 법안, 사회개혁 법안 중 여론지지가 높은 법안은 이번 회기 중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분리처리론'도 대두됐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고위원ㆍ중진연석회의에서 남경필 의원이 "국가정보원법이나 집시법, 사이버모욕죄는 찬반이 엇갈리는데 일방적으로 처리하면 자유와 인권을 제한한다는 인식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원희룡 이계진 남경필 의원 등이 신중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이 같은 당내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지도부도 26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114개 중점법안 가운데 연내 처리할 법안을 확정키로 하는 등 시한부 협상기간이 끝나면 퇴로가 없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민주당도 대화의 문을 열지 않았다. 오후 4시로 예정됐던 국회의장의 직권중재 제의를 단호히 뿌리쳤고, '순수 민생법안과 위헌 및 헌법 불일치 해소 법안 연내 처리, 쟁점 법안은 내년 처리' 라는 자유선진당 중재안도 거절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단독 상정에 대한 사과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재발방지 약속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잘랐다.
민주당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행정안전위 정무위 점거, 국회의장 공관 항의 방문을 이어가는 한편, 'MB악법'의 문제점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이 172석의 착각 때문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국민적 저항이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국민 여론 수렴 과정 없이 공익성을 가진 방송과 은행의 소유구조를 바꾸는 법안을 졸속으로 밀어붙인다는 사고 자체가 몰상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장은 "민주당이 일절 대화에 불응하는 것은 직권상정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보다 한층 더 직권상정에 무게를 싣는 언급이었다. 하루밖에 안 남은 협상시한의 초시계가 빠르게 흐르고 있지만 국회는 점점 더 벼랑 끝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