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가 막을 열었다. 올해 전국 주요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이미 800만원 을 넘었으며 일부 학과의 경우 1,000만원을 넘고 있다. 20년 전의 등록금과 비교해보면 10배도 넘게 오른 셈이다. 무엇보다 등록금 상위 15개 대학의 인상률은 매년 7% 이상이다. 이는 연평균 물가상승률의 3배에 가까운 비율이다. 대학생들은 학자금 융자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되고 학부모들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다. 급기야 대학생들의 분노가 폭발하여 '등록금 반값'을 요구하며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교육의 공공성 인식해야
대학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뛰는 근본적 원인은 정부가 대학을 산업의 관점으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투입 대비 성과라는 능률의 원리를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 무차별 적용시키자, 각 대학들이 무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하여 정부의 요구에 맞추어 막대한 투자를 해야만 하였고, 그만큼 돈이 급히 필요하게 되었던 것이다. 학교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 대학들은 두 자리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였고, 이에 따라 국ㆍ공립 대학의 등록금도 덩달아 상승하게 된 것이다.
대학의 물적 기반 투자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대학생들은 미래의 교육 투자 부분까지 부담을 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정부가 교육 백년대계의 기준을 상실하고 순수학문 연구와 직업교육 부문을 원칙 없이 섞어놓아 전공 영역에 무관하게 등록금이 일률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라면 앞으로도 등록금 인상 행진은 멈추지 않게 된다.
대학 등록금 문제 해결의 시발점은 정부와 대학이 연구와 교육의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 학문 영역의 특성을 무시한 채, 가시적인 기준으로 대학을 서열화 할 수 없고, 대학들도 무리한 물적 투자보다는 연구와 교육의 내실을 확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연히 상식을 넘는 등록금 고공행진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다.
덧붙여 국가 장학시스템을 확대하고 학자금 융자 방식도 학생의 입장에서 더욱 호의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현재의 학자금 융자 상환기간과 선진국의 두 배에 달하는 이율을 보면 마치 국가가 대학생을 상대로 금융 사업을 하는 것 같다. 또한 사립대학 재단이 대학에 많은 재정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도하며 대학에 대한 기부에 세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
순수연구와 직업교육을 다른 각도에서 육성하여 대학교육이 내포하는 사회적 부가가치를 제고하고 현실화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큰 지식과 인재는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으며 인재 양성에 있어서 쉼 없는 무한경쟁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긴 호흡으로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부과하는 카이스트의 최근 조치나 대학 서열을 자의적으로 매겨 발표하는 특정 언론의 상업적 발상은 반드시 지양돼야 한다.
멀리 보는 투자 힘써야
하물며 정부가 몇 가지 객관적 요소로만 대학 서열을 평가하여 인터넷을 통해 발표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진리와 학문의 전당인 대학의 시대적 가치는 주관적인 요소가 지배하는 경우가 더욱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쩌면 대학에 대한 상업 언론의 일방적인 평가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오늘의 한국대학 자신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 있을지도 모른다.
1960년대 초반 예일대 학생들이 등록금 문제로 학교를 중퇴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은 예일대 학생들이 등록금이 없어서 공부를 그만두게 할 정도로 여유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며, 파격적인 연방정부 장학금을 대학에 제공하여 세계 최강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대학과 정부, 사회가 모두 깊이 새겨보기 바란다.
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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