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각 사업장의 연쇄적인 고용조정이 예상되면서 노사대립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노사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부가 비정규직법 개정, 공공부문 정규직 감축과 비정규직 확대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오히려 국지적 노사대립을 전면적 노사정 대립으로 확전(擴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봄 유례없이 격렬한 노사 임단협이 예상되는 가운데, 노사간 샅바 싸움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가 22일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주야 2교대의 1교대 전환 등 조업단축 방침을 밝히자 노조가 즉각 "노동자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를 사측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해 4만5,000명 조합원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한 것.
한국경영자총협회 남용우 노사대책본부장은 "현대차가 실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 주야 맞교대가 주간근무로 전환되는 등의 상황이 생긴다면 마찰은 격화할 것"이라며 "현대차 노사갈등은 내년 노사대립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중견기업 이하 기업에서는 대립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 3~4월 최악의 경기와 노사 임단협이 맞물릴 경우 '구조조정시 노조와의 합의' 등의 쟁점을 놓고 노사 대립은 전국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69개 공공기관 정규직 1만9,000명 감축과 계약직 인턴채용 확대 발표는 연초 노정간 대립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철도 발전 가스 등을 포괄하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은 당장 내년 1월초부터 대규모 집회 등을 통해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철회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정, 복수노조 허용 등은 노사정 갈등을 증폭시킬 최대 진앙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노동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2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기간제 근로자 고용기간을 연장하고, 파견업무를 확대하는 한편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급여지급 개선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노사간 1년 단위 교섭주기를 2년으로 연장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지난 10년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고통을 감수했는데, 앞으로 더 가혹한 신자유주의로 노동자를 내몰고 있다"면서 총파업을 불사하는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노동계의 반발이 단순히 구조조정 반대가 아니라 정부의 노동자 비정규직화, 이로 인한 저임금화 자체에 대한 뿌리깊은 문제제기이기 때문에 투쟁의 강도 역시 근본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조정으로 노사간 충돌은 불가피하겠지만, 갈등의 증폭 여부는 정부가 비정규직법 등의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며 "노사갈등으로 인한 대외신인도 추락과 외국인 자금 이탈로 침체가 가속화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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