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 특히 KBS와 MBC에게 2009년은 험로의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초읽기에 들어간 미디어관계법 개정과 공영방송법 제정 등이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민영화 논란이 불붙을 것이고 디지털방송 전환과 광고시장 악화로 인한 재정난, 이에 따른 구조조정 착수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세밑의 각 사는 시장 격변을 염두에 두고 소극적인 예산을 짜는 한편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눈에 띄는 구조조정을 하려는 움직임으로 부산하다.
계속되는 적자와 차입금 증가로 재정난에 몰린 KBS는 2009년도 예산을 214억원 적자로 편성했다. KBS는 2008년도 예산도 439억원 적자로 편성했고 실제로는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23일 "내년 수입예산을 올해보다 597억원 감소한 1조3,412억원으로 정하고 비용예산은 822억원 줄인 1조3,626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광고수입은 지난해보다 1,053억원이 줄어든 5,312억원, 수신료 수입은 119억원 증가한 5,540억원으로 목표를 정했다. 제작비는 지난해 5,440억원에서 4,969억원으로 471억원을 줄이기로 하는 등 긴축경영 계획을 분명히 했다.
KBS는 또 팀제로 조직을 바꾼 지 4년 만에 내년 1월 1일자로 첫 직제개편을 단행한다. 직위구조를 대국팀제로 바꿔 33개 국장급 직위를 신설하는 한편 2개 본부장과 2개 센터장을 줄여 조직을 슬림하게 한다. KBS는 지난주에 내년도 수신료 인상계획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노사간에 5년간 전체인력 15%를 줄이는 구조조정안에도 합의했다.
사내에선 인력 자연감소로 이 정도 인력을 줄이긴 힘들기 때문에 인위적인 감원도 따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결국 정치권이 제시했던 수신료 인상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 소극적인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겠냐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KBS 관계자는 "돈이 들어갈 곳은 많은 상황에서 만일 수신료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디지털 전환 등은 정말 힘든 일이 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사람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사실 KBS2가 민영화되는 수순을 밟더라도 내년 적자가 2,000억원이나 예상되는 회사를 선뜻 인수하겠다 할 기업이 있을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KBS는 일단 국회와 정부의 미디어 개편 수순 진행 상황을 지켜본 후 내년 3월까지 경영기획단의 세부적인 구조조정안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방송문화진흥회 20주년 기념식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으로부터 일종의 민영화 압박 발언을 들은 MBC는 한나라당의 미디어관계법 개정에 KBS보다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26일부터 예정된 전국언론노조의 파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사측은 9시 뉴스와 시사프로그램 등을 통해 민영화의 단초가 되는 미디어관계법 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내년부터 이어질 미디어업계 개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계법 개정 저지를 위해 26일 오전6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MBC관계자는 "재벌에게 방송을 내어주는 미디어 관계법 개정과 민영화 방향을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며 "현재 광고를 50% 정도밖에 채우지 못하는 등 수입원이 줄고 있어서 직원 중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안식년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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