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 영국과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 가운데 하나가 미국 경제학자 해리 S. 텐트의 <세계 경제 대예측 2010 버블 붐> (The next great bubble boom)이었다. 세계>
책의 요지는 "2008, 2009년에 역사상 유례가 드문 거대한 호황이 닥치므로 투자에 적극 나서라"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그는 "2008년에 다우지수가 2만을 돌파할 것"이라며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조언했다.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지난해 11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증언했다. 프린스턴대 출신의 엘리트 경제학자 벤 버냉키도 글로벌 경제 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올 가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경제학자의 경제 예측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지구촌 각국을 엄습하는 글로벌 경제 위기를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고 일부 경제학자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등 외신이 "주택 버블을 경고한 경제학자는 일부 있었지만 지금의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경고한 학자는 사실상 아무도 없었다"며 "위기 신호를 포착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원인 규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경제 전망이 빗나가는 가장 큰 이유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경제학의 원초적 특성이 거론되고 있다. IHT는 미 펜실베이니아대 저스틴 올퍼스 교수를 인용해 "경제 예측을 위해서는 소비, 투자, 정부지출 등 수백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변수가 많으면 정확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덧붙여 지진, 테러, 전쟁 같은 애초부터 예측 불가능한 돌발 변수가 경제 전망을 빗나가게 한다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의 심리와 행동이 경제학자의 분석 방법으로는 계량화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경제 예측을 빗나가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AP통신은 "일반 소비자부터 투자은행(IB)의 경영자에 이르기까지 경제 주체들이 경제 분석 모델에 나오는 대로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경제학자들이 특정 경제 주체의 행동을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그 보기로 금리가 내려도 시중에 돈이 풀리지 않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현상을 들었다.
IHT는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를 인용해 "요즘의 경제 분석 모델은 세상 사람을 감탄하게 할 만큼 정교하지만 정작 경제 현상의 원인과 향방을 설명하는 데는 서투르다"며 "경제학계 내부에서 경제학이 학문을 위한 학문에 머물고 있다는 자성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AP통신은 "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경제학이 한 단계 발전했기 때문에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를 계기로 경제 분석 모델이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가장 확실한 예측은 예측이 빗나갈 것이라는 예측"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