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살인 혐의를 벗었다. 참여재판에서 살인죄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기는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한양석)는 24일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 윤모(52)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조모(24)씨에게 존속살해와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윤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흉기존속상해)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조씨는 올해 10월 '수면제를 더 달라'고 요구하는 윤씨와 다투다 순간적으로 격분,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혔다. 이후 집에 불이 났고 윤씨는 화상성 쇼크로 사망했다. 검찰은 정황상 조씨가 윤씨를 살해하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판단, 존속살해 혐의 등을 적용해 조씨를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조씨는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조씨는 "사건 당일 어머니가 수면제를 더 드시지 못하도록 약통에 남은 수면제 10알 이상을 먹고 잠이 들었을 뿐, 흉기를 휘두르거나 불을 지른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참여재판을 신청했다.
22일부터 이날 새벽까지 사흘에 걸쳐 집중심리를 진행한 배심원단과 재판부는 "조씨 이외의 사람이 불을 질렀을 가능성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는다"며 방화 및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했다.
이어 "목격자 진술 같은 직접 증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윤씨에 의한 방화나 담뱃불에 의한 실화, 누전 등 사고로 인한 화재 가능성 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어 '증거부족으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에서 발견된 흉기 사진과 조씨와 어머니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이웃의 증언 등을 볼 때 조씨가 어머니를 다치게 한 것은 충분히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9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방화 및 살인 혐의에 대해 6 대 3으로 무죄 의견을, 상해 혐의에 대해서도 역시 6 대 3으로 유죄 의견을 냈다.
이번 사건은 그간의 참여재판 가운데 피고인이 혐의를 '완전 부인'하는 첫 사례였던 만큼 치열한 유ㆍ무죄 공방이 펼쳐졌다. 경찰관과 소방관, 이웃주민 등 증인이 13명이나 채택된 데다, 심문 및 배심원 평의도 예상보다 길어져 자정을 넘긴 24일 새벽 1시20분쯤에야 선고가 이뤄졌다.
한편 검찰은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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