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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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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어린이

입력
2008.12.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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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독서골든벨을 한다고 했다. 막연히 동메달쯤은 타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릴 때 제 자식은 다 천재로 보인다고, 대단한 머리를 가진 줄 알았다. 게다가 아빠가 책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니 부전자전이라고 책에 있어서는 또래를 능가하리라 지레 짐작했다. 아이는 예선 탈락을 하고서는 '참가상'을 받아왔다. 참가상이라도 준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는 한편 역시 공부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음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사실 아이는 탱자탱자 놀았던 것이다. 예선을 통과한 아이들은 문제가 나올 지정 도서를 열 번 스무 번 되풀이 읽고, 부모와 연습시험도 치른 모양이다. 대충 두어 번 읽고, 엄마 아빠도 별 신경을 안 쓰고, 케이블로 끝없이 재방송해주는 '1박2일'을 마음껏 보고, 컴퓨터게임을 실컷한 아이가 예선 탈락한 것은 당연했다. 아이에게 엄혹기가 도래했다.

충격을 받은 엄마는 '1박2일' 시청시간을 하루에 삼십분으로 축소했고, 컴퓨터게임은 거의 금지되었으며, "책 읽어라!" 호통을 귀에 딱지가 지도록 듣고 있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 둬!" 하며 편을 들어주던 아빠도 발언권을 잃었다. 그리고 엄마는 학습지를 두어 개 추가할 생각이다. 그렇게 어린이는 미취학아동 때부터 공부기계, 사교육시장의 봉 같은 소비자로 살아야만 한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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