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건 다양한 글쓰기의 형식이 실험되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로 지적할 만한 고무적인 현상이다. 학제적이고 통섭적인 시각을 갖춘 저자들이 대거 등장했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는 고도의 서사 전략을 터득한 저자들 또한 부쩍 늘었다. 책의 개념을 잡고 편집, 제작하는 출판인들의 수준도 높아졌음이 틀림없다.
우리나라도 책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충분히 깊어졌을 뿐만 아니라 출판인들의 직업의식이나 소명의식 또한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려운 한 해를 보낸 출판인들, 한국 출판문화의 향상에 이런저런 형식으로 기여해온 다양한 종사자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 또한 없을 수 없다. 특히 인문학 분야에 걸출한 작품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움의 정도를 넘어 불길한 예감까지 자아낸다. 형식이나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몰라도 질적인 측면에서는 대개 평균적인 수준의 저작들로 그치고 있다. 단번에 이거야 하고 외칠 만한 책이 없다. 각 분야마다 긴 세월 동안 숙성된 작품이나 새로운 이정표로 기록될 만한 획기적인 저작들이 마구 쏟아지는 축복의 해는 아직 멀리 있는 것 같다.
그런 축복의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인문학의 발전이 전제가 되어야 하겠지만, 현재의 매체 환경이나 도서 유통 구조에서 오는 문제 또한 지혜롭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인문학의 수준이 한 나라의 문화적 성숙도를 가리키는 중요한 지표임을 생각할 때, 이 분야에 종사하는 소규모 출판사들의 의미 또한 클 것이다. 영세한 가운데 큰일을 하는 음지의 출판인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심사위원
▦본심
김석희(번역가)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원종찬(인하대 국문학과 교수)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예심
강주헌(번역가ㆍ펍헙 번역학교 대표) 강무홍(동화작가) 표정훈(출판평론가) 고병권(연구공간 수유+너머 대표) 정재승(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특별상
도정일(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사장) 장명수(한국일보 고문)
김상환ㆍ서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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