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을 맞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이 미국 국정을 주도한 지난 8년을 돌아보면서 견해 차를 드러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두 사람은 미국의 보수 강경 정책을 함께 이끌면서 유대감을 쌓았으나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업적을 강조하다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아랍어TV,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이미 10개 매체와 인터뷰해 임기 말 인터뷰로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다섯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일곱 번을 넘어섰다. NYT는 부시의 잦은 임기 말 인터뷰가 '창고 대방출'(아웃렛)을 연상시킨다고 비꼬았다. 체니 부통령도 임기 말 인터뷰를 네 번이나 해 대통령에 도전하지 않은 퇴임 부통령으로는 댄 퀘일 전 부통령의 세 번을 이미 넘어섰다.
두 사람은 그러나 인터뷰에서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부시 대통령이 과거 정책의 과오를 인정한 반면 체니 부통령은 자신의 모든 정책을 여전히 확신했기 때문이다. 특히 임기 중 가장 큰 사건인 9ㆍ11 테러 직후의 정책을 놓고서는 입장 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9ㆍ11 직후의 결정이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적이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일부 잘못을 인정했다. 이라크전 결정과 관련해 "준비가 충분치 못했다"거나 "임기 중 가장 큰 잘못은 이라크에 관한 정확한 정보수집에 실패한 것"이라고 털어놓은 것이 그가 시인한 대표적인 잘못이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은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대법원의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석방 판결을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관타나모 수감자에게 가해진 '물고문'은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내가 한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지금 그런 상황에 다시 놓여도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임자에 대한 태도도 엇갈린다. 부시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자가 전직 대통령에게 임무를 요청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그 요구에 응할 것"이라며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반면 체니 부통령은 "나라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임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바마 당선자의 판단력을 공격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상반된 태도가 퇴임 후 희망하는 역할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주지사에 당선된 뒤 14년 동안 공직에 머물렀는데 이제는 완전히 물러나기를 원하고 있다. 댈러스에 머물며 자신의 활동을 정리하고 아버지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처럼 공공 봉사에 전념할 생각을 하고 있다. 반면 체니 부통령은 국가 안보에서 보수주의적 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희망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 체니 부통령 두 사람과 모두 절친한 한 측근은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향후 역사가가 자신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체니 부통령은 여론의 비판에 굴하지 않고 안보상 잠재적 위험을 경고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와 자신을 동일시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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