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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박한제·김형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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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박한제·김형종씨

입력
2008.12.2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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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각, 최후의 20년> (루젠동 지음)의 표지에 나란히 번역자로 기록된 박한제(62ㆍ사진 왼쪽), 김형종(49ㆍ사진 오른쪽)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이 학교 선후배 사이다. 박 교수가 학과 조교이던 1978년에 김 교수가 입학했고, 박 교수가 먼저 교수가 됐을 때 김 교수는 조교를 맡았다. 박 교수가 이 책의 번역을 맡고 힘들어하자, 김 교수는 후반부 번역을 "자의 반 타의 반" 떠맡았다.

"1996년에 안식년을 맞아 베이징에 갔는데, 사람들이 이 책을 사려고 서점 앞에 줄을 지어 있는 거에요. 적잖이 놀랐죠. 천인커(陳寅恪)는 대단한 학자지만, 문화대혁명의 회오리에 휩쓸려 죽은 인물입니다. 이 책의 출간을 용인한 것은 중국 정부로서는 매우 관용적인 조처였어요. 반드시 한국에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박한제 교수)

박 교수가 천인커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천인커가 자신의 전공인 위진남북조와 수당 시대에 정통한 중국 학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번역할수록 학문적 업적보다는 천인커의 인간적ㆍ지사적 매력에 끌리게 됐다. 번역 작업은 계속 벽에 부딪쳤지만 그 매력이 작업을 포기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가장 힘든 부분은 한시(漢詩)였어요. 이 책에는 천인커의 시가 100편 가량 실렸는데, 그의 개인사를 완전히 이해하지 않고는 한 줄도 해석할 수 없는 것들이에요. 그는 정치에 물들지 않은 학자였는데, 시에는 은유적으로 세상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습니다."(김형종 교수)

사학자인 박 교수와 김 교수는 역사학자이자 언어학자, 문학자였던 천인커를 이해해기 위해 수십 권의 한시 해석집과 그 해석을 또 반박하는 해석집을 붙잡고 씨름해야 했다. 5년 동안의 씨름 결과, 얄따란 원서가 800쪽이 넘는 번역본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고대사 전공인 박 교수와 천인커의 시대인 중국 현대사를 전공한 김 교수의 내공으로 깊이있고도 재미있게 읽히는 교양서로 탄생했다.

"사실 저는 단행본 번역은 처음이에요. 그래서 더 부담이 컸어요. 한 줄도 함부로 번역해서는 안 되겠다는 강박에 시달렸죠. 남들은 욕할지 모르지만, 저희 스스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박한제 교수)

● 심사평 좋은 책·좋은 번역 '본보기'

한국출판문화상은 어떤 학술단체나 이익단체가 아니라 언론사가 해마다 주관하는 행사인 만큼, 그때그때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를 제기하는 책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번역서의 경우 좋은 책을 번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번역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는 우리 사회에서 지겹고 천박하게 되풀이되고 있는 이념 논쟁을 반성적으로 돌아보게 만든다는 차원에서 매우 뜻있는 책이었으나, 번역이 텍스트에 너무 갇혀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진인각, 최후의 20년> 은 '인문학의 죽음'과 '인문학자의 죽음'이 혼재된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의 역할과 운명에 대한 하나의 본보기를 감동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책이다. 번역자의 오랜 공부와 학자적 공력도 번역의 품격을 한층 높여주고 있어서, 그 점에 대한 평가까지 포함하여 심사위원들이 선정에 쉽게 합의할 수 있었다.

김석희ㆍ번역가

유상호 기자

사진 신상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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