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놓은 당상'이라는 주변의 믿음은 오히려 감당하기 힘든 짐이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은메달. 지난해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한국역도 사상 첫 세계선수권 3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그였지만, '종합대회 징크스'는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다.
그런 장미란(25ㆍ고양시청)에게 베이징은 '약속의 땅'이었다. 지난 8월16일 중국 베이징 항공항천대 체육관.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최중량급(75㎏ 이상)에 출전한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은 세계기록을 무려 5개(인상 1개, 용상 2개, 합계 2개)나 작성하며 여유 있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전병관(현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 이후 16년 만의 역도 금메달.
우승 후보로 지목된 무솽솽(중국)이 출전하지 않았지만, 장미란이 보여준 기록 퍼레이드는 라이벌 대결 불발의 아쉬움을 채우고도 남았다. 최종 기록은 인상 140㎏에 용상 186㎏을 더해 326㎏. 2위인 올하 코로브카(합계 277㎏ㆍ우크라이나)와의 차이는 자그마치 49㎏이었다.
인상에서 종전 세계기록(139㎏)을 경신한 장미란은 용상 1차 시기에서 175㎏을 들어올려 금메달을 확정한 뒤 2, 3차에서 다시 세계기록을 새로 쓰는 화끈한 '팬 서비스'를 보여줬다.
용상 3차 시기 순간 시청률은 방송 3사 합계 67%. '장미란 신드롬'의 시작이었다. 귀국 후 장미란은 카퍼레이드에 이어 각종 방송과 CF 출연 등으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다. 프로야구 시구자로 나서는가 하면 최근에는 패션쇼 무대에도 섰다. 육중한 몸집과는 반대인 천진난만한 미소와 조리 있는 말솜씨는 전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후 10월 전국체전에서 3관왕에 오를 땐 1,000여명의 관중이 체육관을 메웠고, 11월 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3관왕) 역시 200여석 관중석도 모자라 까치발을 들고 관전하는 관중이 줄을 이었다.
장미란의 다음 목표는 내년 11월 고양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제패. 세계선수권 4연패는 남자역도의 '살아있는 전설' 후세인 레자자데(이란)가 보유하고 있는 기록이다. 최근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다녀온 장미란은 1월부터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한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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