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내년도 플러스 성장이 목표"라고 언급한 24일. 기획재정부는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재정부가 내년도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은 지 불과 1주일 남짓. 결과적으로 "3%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던 재정부 혼자 허풍을 떤 셈이 됐다. 겉으로는 "대통령이 정부 목표와 다른 말씀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속내까지 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원죄는 재정부에 있다. 이미 상당수 기관들이 1%대 성장도 쉽지 않다고 우려하는 마당에, 애당초 3% 성장은 불가능한 목표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렇다 해도, 청와대(대통령)와 정부는 같은 배를 탄 운명이다. 대통령이 재정부의 '과욕'을 몰랐을 리 없고, 분명 사전 내지는 사후 승인까지 했을 터. 불과 1주일 새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건 문제가 심각하다. 선장과 부선장이 가리키는 목표 지점이 전혀 다를진대, 선원들이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청와대가 정책 혼선을 부추긴 건 이 뿐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 문제다. 처음에 아옹다옹하던 관련 부처들이 겨우 투기지역 해제에 공감대를 형성하자, 이번엔 이명박 대통령이 별반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투기지역 해제 유보를 지시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에는 청와대 측이 "유보 지시는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큰 틀의 방향은 강남 3구 투기지역을 해제하겠다는 것이다"라는 정반대의 부연 설명을 내놓았다.
지금 '대한민국 호(號)'는 격랑과 맞닥뜨려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선장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다그치고, 은행을 질책하기 전에 청와대 스스로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반추해 보는 게 순서일 듯 싶다. 그것이 배에 몸을 싣고 하루하루 불안감에 떨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도리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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